♣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승민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라는 말은 정말 누구나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어릴 땐 그 말의 뜻이 공부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할 때가 많았고, 성인이 된 다음에는 생각이 깊고 시야가 넓은 지성인이 되기 위해 읽어야 한다는 의미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가 ‘책 좀 읽어본 사람이에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어떤 책이 나에게 맞는지, 가장 필요하고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또 다른 고민은 어떤 책을 읽어야 내 안에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진정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을지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는 쉬웠다. ‘청소년 필독 도서’만 검색해 봐도 족히 100권은 넘을 것 같은 책 리스트가 있었고, 각자 원하는 진로에 맞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나이에 걸맞은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듯 한 번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저 어려운 책을 읽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런 독서에 대한 고민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표지에 그려진 지하철에서 거북이처럼 고개를 빼고 책 속에 빠져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 사람처럼 무언가에 집중해 빠져들고 싶은 적이 있었다면, 내내 부러웠던 그런 사람처럼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이 책에서 찾을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책을 읽지 못하지만 늘 책을 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사람을 위한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먼저 꿈을 정하고 한창 빛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청소년 추천 도서처럼 현대의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가져보았을 순간들로 목차를 나눈다. 그다음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내가 붕괴하는 것 같을 때 등등 수많은 책이 필요한 순간에 ‘이런 책을 읽으세요.’라는 식으로 여러 권의 작품을 소개해 준다. 아마 처음 책을 펼쳐보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하나는 ‘와. 이렇게 많은 책을 소개해 주는데 나는 한 권도 읽어본 책이 없네.’라는 자괴감, 다른 하나는 ‘나도 이 책을 읽었었는데 왜 나는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아마 이 책에 나온 모든 책을 다 읽어보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누구나 읽어봤을 법한 베스트셀러를 추천하지 않기에 이 책은 독창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 책에 소개된 책을 모두 읽어본 사람에게는 책의 내용이 의미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은 평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작품이 가진 매력과 마음에 담아둘 만한 명언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늘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책을 해석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장점과 저자의 이력을 소개하기에 바쁜 여느 책 소개와는 다른 또 하나의 문학 분석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 점이 바로 이 책이 가진 진정한 매력인 듯하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표정과 모습으로 하기 싫은 일을 하듯 출근하는 누군가에게, 그날그날 읽는 다른 책, 다른 페이지가 우리의 삶이 절대 의미 없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 책은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는 듯하다.
♣ 저자 소개 (저자: 구채은)
1985년에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아시아경제 정치부 기자다. 10년 넘게 기자로 일해왔지만 뼈기자(기자 일이 천직인 기자)가 아니라 순살기자(생계형 기자)다. 본캐는 기자지만, 부캐는 심리학자, 예술가 지망생이다. 2021년 ‘씨티 대한 민국 소비자금융 부문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2018년 ‘한국상담심리학회 차세대 연구자상’을 받았다. 한때 문청이었다. 지금도 텍스트로 된 모든 것을 추앙한다. 책을 사랑하지만 독서는 늘 미완이라 느낀다. 진정한 읽기는 활자에 서린 정신이 삶에 스며, 행동으로 나타날 때 완성된다고 믿어서다.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고, 읽음과 행함 사이의 거리를 응시하며 살고자 한다.
♣ 목차
당신은 일터에서 울어본 적이 있나요?
1부. 나를 붕괴시키는 일
건배사에 학을 떼는 당신에게 _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1지망이 아닌 일을 하고 있다면 _이진경 『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
저 이런 일 할 사람 아닌데요 _레이먼드 카버 『비타민』
익스트림 롱쇼트로 일을 바라보면 _조제프 퐁튀스 『라인: 밤의 일기』
#퇴근길 농담 _일이 내면의 바다를 위협할 때는
2부. 인간관계가 어렵다면
똑부 꼰대 상사의 내면이 궁금하다면 _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우리는 다 별로니 상처 주지도 받지도 말자 _에라스무스 『우신예찬』
일터에서 필생의 악연을 만난다면 _존 윌리엄스 『스토너』
오해하고 할퀴는 직장 인간관계의 본질 _안톤 체호프 『관리의 죽음』,『공포』
#퇴근길 농담 _업무 메신저 쿠션어 사용법
3부.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일터에서 죽기 살기로 용기내야 할 때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동료가 망하면 기분이 좋아요 _티파니 와트 스미스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현대판 계급 지도, 직업등급표에 기죽지 않으려면 _스탕달 『적과흑』
나는 예뻐야 하는가, 유능해야 하는가 _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
#퇴근길 농담 _상사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4부. 매너리즘에 빠진 그대에게
사람을 뒤틀리게 만드는 일 _니콜라이 고골 『외투』
원치 않는 부서로의 인사 이동이 괴롭다면 _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퇴근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만 하는 당신에게 _솔 벨로 『오늘을 잡아라』
일의 야만과 모순에 어떻게 저항해야 하나 _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반복은 광휘를 만든다 _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퇴근길 농담 _일터에 이데아는 없다
5부. 끝과 시작, 다시 일
죽기 전에 과연 일 생각이 날까 _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욱해서 퇴사하고 싶을 땐 _아데레르트 폰 샤미소 『그림자를 판 사나이』
우리는 일로 연결되어 있다 _조지 오웰 『위건부두로 가는 길』
일터의 연극은 언젠가 끝난다 _프란츠 카프카 『단식광대』
자, 이제 눈물을 뚝 그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