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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
  • 저자 : 최범 지음
  • 출판사 : 안그라픽스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444p
  • 청구기호 : 658-ㅊ428디
  • ISBN : 9791168230460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물건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그 형태는 필요에 따라 변화한다. 그리고 이를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디자인 [명사]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막연하게 예술의 영역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디자인은 사실, 우리 생활 전반에 존재한다. 내 방 책상의 볼펜 한 자루부터 부엌의 냉장고, 자동차, 집까지. 필요에 따라 디자인은 만들어지고, 선택된 디자인만이 살아남는다. 따라서 이렇게 우리 삶과 밀접한 디자인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다루는 인문학과 가깝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은 이러한 디자인의 인문학적 해석을 담은 책이다.

 

디자인 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총 4장에 걸쳐 기자인의 문화, 사회, 역사, 윤리 이야기를 다룬다. 첫 장 디자인과 문화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문화적 관점에서의 디자인을, 두 번째 장 디자인과 사회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사례로 사회 속 디자인의 모습을, 세 번째 장 디자인의 역사에서는 한국의 간판과 뉴트로 열풍, 고궁에서 한복 입기의 진짜 의미 등 역사와 디자인을, 마지막 장에서는 차이 속 디자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문학 저서이니만큼 사례가 우리 생활과 밀접하여 흥미롭고 또한, 디자인 저서이니만큼 각 장의 설명과 디자인 사례가 함께 있어 어렵지 않게 저자의 의도를 따라갈 수 있다.

 

작업용 의자와 휴식용 의자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전혀 다른 의자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는 네덜란드의 디자인 그룹인 드로흐 디자인의 위르겐 베이였다. 위르겐 베이는 통나무에 등받이 몇 개를 꽂은 성의 없는디자인으로 의자와 휴식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통나무에 등받이를 꽂으면 그것은 통나무인가 의자인가, 의자란 무엇인가, 무엇이 사물을 의자로 만든다는가. 펄럭이는 것은 깃발인가. 바람인가, 아니면 그대의 마음인가, 뭐 이런 선문답이라고나 할까(p.66).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 디자인의 수명이다. 소비와 생산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디자인의 수명 또한 그에 따라 짧아진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예시로 들자면, 대다수의 사람은 이미 잘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약정이 지났다는 이유로 최신 기종으로 바꿔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과 로고의 특정 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쓰던 제품을 중고 거래로 처분하고 새것을 구매하는 사람의 사례도 주변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시한다.

 

이처럼 오늘날 사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디자인이다. 디자인만이 진정으로 사물을 죽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의 죽음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것. 그것이 현대의 생태 위기다. 디자인이 초래하는 사물의 대량 학살과 생태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터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명제가 제출된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디자인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p.160).

 

책은 자신이 걸어온 디자인 비평의 길에 뿌리내린 인문학적 사유를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는 저자의 머리말처럼 디자인과 그 속에 담긴 문화와 생각들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평소 어렵고 명료하지 않게 느껴졌던 디자인을 가볍게 접할 기회를 가져보길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저자 소개 (저자: 최범)

 

디자인 평론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편집장과 디자인 비평 전문지 디자인 평론의 편집인을 지냈다. 디자인을 통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평론집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한국 디자인 신화를 넘어서』 『한국 디자인의 문명과 야만』 『공예를 생각한다』 『한국 디자인 뒤집어 보기, 디자인 역사서 최 범의 서양 디자인사, 디자인 교양서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디자인 연구의 기초가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디자인과 유토피아』 『20세기 디자인과 문화가 있다.

 

목차

머리말 디자인의 인문학적 사유를 위하여

 

1. 디자인과 문화

문명의 위기와 통합: 새로운 패러다임?

디자인 아포리즘 3: 반장식주의, 모던 디자인, 포스트모던 디자인

현대 디자인의 생태학: 인터페이스 또는 피부로서의 디자인

유토피아로부터의 탈출?: ‘야생적 사고와 디자인의 모험

앉으면 높고 서면 낮은 것은 천장만이 아니다

 

2. 디자인과 사회

일하는 의자, 쉬는 의자, 생각하는 의자

장난감을 디자인할 것인가, 높이를 디자인할 것인가

라디오 속의 난쟁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변화의 테크놀로지로서의 디자인

어떤 진짜 간판 분류법

배치는 권력이다: 주체와 시선

 

3. 디자인과 역사

역사의 수레바퀴와 개인의 수레바퀴 사이에서

문화적 기억의 두 방향: 창조적 자산인가 기념품인가

바우하우스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복고의 계보학: 네오 레트로 뉴트로

고궁에서 한복 입기의 진짜 의미

 

4. 디자인과 윤리

죽이는 디자인, 살리는 디자인: 대중 소비사회에서 디자인의 역할

디자이너의 자존감, 과대망상과 자괴감 사이에서

신분과 장식: ‘관계의 감옥디자인 비판

재난, 파국 그리고 디자인: 타자의 미학인가? 타자의 윤리학인가?

태도가 디자인이 될 때,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경우

 

보론 디자인과 인문학의 어떤 만남

 

주석

글 출처

이미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