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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던 감각
내게 없던 감각
  • 저자 : 수전 배리 지음 ; 김명주 옮김
  • 출판사 : 김영사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334p
  • 청구기호 : 511.18-ㅂ658ㄴ
  • ISBN : 9788934939528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처음부터 없었던, 혹은 읽어버렸던 것을 되찾는 일은 더없이 기쁠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없어서 불편했거나, 가지고 싶었던 것이라면 더욱. 그것을 신체의 한 감각이라고 생각해 보자.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등. 없으면 당장 불편함을 줄 것 같은 감각들이 본래 없다가 갑자기 생긴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보면 모종의 이유로 시력과 청각을 찾은 주인공에겐 햇살 가득한 행복이 표현되며, 그들은 새로운 감각과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녹아든다. 현실도 이와 같을까?

 

<내게 없던 감각>은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15살에 수술받고 시력을 얻은 리엄 매코이와 12살에 인공와우를 받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다시 말해 없던 감각을 찾은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하는지 담은 책이다. 저명한 생명과학자이자, 본인 또한 마흔여덟 살 이전까지 사물을 평면으로만 인식하다 극적으로 시력이 개선되어 입체맹을 탈출하게 된 저자가 감각을 찾은 두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책이기에, 책 속 감각과 지각 등의 내용이 과학적이나 따뜻하다.

 

리엄과 조흐라는 10년에 걸쳐 내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 들은 지각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물리적, 사회적 세계에 맞추어 각자의 지각 체계를 바꾸고 적응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본문 30p).

 

책에 따르면 없던 감각이 새로 생긴 경우, 특히 성인이 되어 새로 습득한 감각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풍성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목표 지점으로 이동할 때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땐 특정 지점에 도달하는 시간만 고려하면 되었지만, 눈이 보이고 난 이후엔 시간과 눈에 보이는 정보를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시간 정보와 함께 공간과 거리에 관한 새로운 지각 방법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책의 서문에는 <축복인가? 서론인가?>라는 제목으로 52살에 각막 수술을 받아 시력을 찾았으나, 수술 후 우울감에 사망한 남자의 사례와 인공와우(청각 의료기기)를 이식받아 청력을 되찾았지만 새로운 상황에 견딜 수 없는 남자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에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몰라서 감고 있었던 한쪽 눈을 뜬 듯한 감상이 든다.

 

리엄과 조흐라는 새로운 감각을 얻었을 때 새로운 감각 정보의 폭격을 받았다. 색과 선들, 소리의 불협화음은 맥락이 없고 의미도 없었다. 각각의 분리된 자극들로 이루어진 세상이 아니라 전체 사물과 사건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지각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이 새로운 자극을 그들이 가진 다른 감각들로부터 얻은 정보와 통합해야 했다. 그들의 새로운 감각은 단순히 그들이 이전에 보고 듣던 세계를 선명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변화시켰다(본문 305p).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못 보곤 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 복지 사업가인 헬렌 켈러의 명언이라고 전해진다. 갖지 못한 감각이 닫힌 문이라고 한다면 다른 열린 문은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발달한 다른 능력(기억력, 촉각, 공간 능력 등)일 것이다. 문이 닫힌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지, 또 닫힌 줄 알았던 문이 다시금 열려 문이 두 개가 되었을 때 이들은 어떨지 이를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독서를 통해 결국은 문을 열어내고야 마는 대단함과,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게 없던 감각을 권한다.

 

 

저자 소개 (저자: 수전 배리)

 

마운트홀리요크 칼리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전공 분야는 신경가소성과 입체시이다. 1981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건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2년부터 마운트홀리요크 칼리지에서 가르쳤다. 2012, 교육 서비스 회사 프린스턴 리뷰에서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부 교수 300에 뽑혔다.

어렸을 때부터 두 눈이 교대로 코 쪽으로 돌아가는 교대성 내사시 증상이 있어 2, 3, 7세에 안구 근육 교정 수술을 받았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눈으로 보였지만, 사시로 인해 세상을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보게 되었다. 교수가 된 후 학생들에게 뇌는 한번 배선된 후에는 바뀌지 않는다는 당시의 신경가소성 개념을 가르치며 어릴 적부터 입체맹이었던 자신의 사례를 들기도 했는데, 그러던 중 40대 중반에 새로운 시훈련 치료를 받고 마흔여덟 살의 나이에 입체시를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이 이야기는 신경의학자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의 글 <스테레오 수>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여덟 살 무렵이 되면 더 이상 새로운 감각을 발달시킬 수 없다는 기존의 결정적 시기에 대한 통념이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이 한 편의 시이자 과학이며,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마법 같은 책이라고 극찬하고, 아마존 과학 분야 최고의 책에 선정된 3차원의 기적Fixing My Gaze(2009), 올리버 색스와의 서신 교환을 담은 친애하는 올리버에게Dear Oliver(2024)가 있다.

목차

 

서론: 축복인가 저주인가?

 

1부 리엄

1장 엄마는 어디까지 보여요?

2장 리들리 박사의 발명품

3장 뇌를 들여다보는 창

4장 얼굴

5장 물건 찾기

6장 시각의 가장 위대한 스승

7장 흐름 타기

8장 자기만의 방식을 찾다

9장 잔디밭에 켜진 크리스마스 조명

 

2부 조흐라

10장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11장 끈기가 결실을 맺다

12장 기이한 느낌

13장 끽 소리, 쾅 소리, 웃음소리

14장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

15장 혼잣말하기

16장 음표

17장 칵테일 파티 문제

18장 닥터 조흐라 담지

 

결론: 지각의 운동선수

 

감사의 말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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