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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저항하다
철학으로 저항하다
  • 저자 : 다카쿠와 가즈미 지음 ; 노수경 옮김
  • 출판사 : 사계절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227p
  • 청구기호 : 104-ㄷ46ㅊ
  • ISBN : 9791169811675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이게 내가 책을 읽고 느낀 핵심이다. 우리가 읽어보거나, 들어본 여러 철학서와 철학자들의 두꺼운 벽돌 책은 어렵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학문은 어떠한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의 정제 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책에 비해 더욱 정독을 요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원문보다는 다른 이의 해석이나 의견이 더해진 철학서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 또한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여튼 그러다 보니 대부분 철학서는 '어렵다'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작가는 이러한 생각을 환기하고자 한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소개하듯 작가의 세심한 철학 '입문서'이며 일종의 친절한 철학 '안내서'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떻게 철학에 관해 이야기할까. 작가는 의도적으로 주요 철학자와 철학사를 언급하지 않는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내리고, 그 문장 속 단어에 대한 설명을 다시 세세하게 이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내린 정의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를 가지고 와서 다시 철학의 정의를 들여다본다. 책은 이러한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철학의 어떤 사상이나 인물의 이야기가 중점이 아닌, 철학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 전혀 어렵지 않으며, 철학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도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어느 유명 철학서나 철학자의 이야기도 값지지만, 이렇게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또한 그만큼이나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철학이란 알고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계승해야 가능한 것, 혹은 어딘가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어떤 경로를 거쳐서든 철학하는 마음이라는 불꽃이 날아오기만 한다면 누구든 철학을 할 수 있습니다."-p.12~13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철학을 일종의 '저항'이라고 정의한다. 작가가 정의하는 철학은 다음과 같다.

 

"철학이란 개념을 운운하는 것으로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갱신하는 지적인 저항이다.“

 

자세한 설명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저항'에 관한 언급만 짧게 하고자 한다. '저항'이라는 표현이 무척 흥미로워서이다. 책에 따로 작가의 설명이 나오는데 그 설명이 내 생각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 단어가 철학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의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여기에 순응할 수도, 저항할 수도 있다. 그리고 철학은 질문의 연속이다. ? 어째서? 무엇을? 어떻게? 이러한 질문은 계속해서 묻고, 또 묻는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까지는 흐름에 순응하지 않는다. 답에 따라서는 순응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답을 찾기 전까지는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지 않는다. 멈춘다. 그것이 잠시건, 오래이건, 혹은 답에 따라서는 역행하건 간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과 저항이라는 표현이 무척 밀접한 이미지로 느껴진다.

 

"저항은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입니다. '커다란 물줄기에 휩쓸리지 않고, 두 발에 힘 꽉 준 채 서서 떠내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운동의 형태를 취하기도 하지만 부동의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커다란 물줄기'가 움직이지 않을 것을 강요한다면 움직이는 것이 저항이며, 움직임을 강요한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저항입니다." -p.42

 

이쯤 되면 어째서 철학이 저항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책의 1장인 '철학을 정의하다'이다. 이후 4개 장에 걸쳐 여러 사례를 통해 철학의 정의에 관한 설득을 더해간다. 영화와 사회운동, 문학, 편지 등 여러 장르가 등장하는데 역시 철학자나 철학사로 사례를 들지 않는 점이 신선하다. 5장의 마틴 루서 킹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로 다루는 '시간'에 관한 관점도 흥미롭고, 일본 소수민족 '아이누족'과 관련한 '주식(主食)' 이야기도 무척 신선하다. 이렇듯 다양한 사례를 읽다 보면 순식간에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되는 책이다. 철학은 꼭 철학사와 주요 철학자들을 통한 공부만이 아니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보아도 철학이 보이고, 철학으로 보이기를 바란다. <철학으로 저항하다> 책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 질문을 거듭하고 있다면 이미 우리는 철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 사례 가운데 아이누족*에 관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차별할 의도가 전혀 없는 선량한 일본인들이 "안됐네"라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 정말 다행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다행이야, 나는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아서'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동정,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연민에 그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어떤 악의도 없이 스스로 서 있는 높은 자리가 어떤 곳인지 묻지 않습니다. 자신이 속한 민족이 역사적, 구조적 차별의 짐을 지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p.101

 

*아이누족: 오늘날 일본의 홋카이도 지방과 러시아 일부 지역에 정착해 살던 선주민이다. 일본에서는 19세기 말부터 근대화와 함께 일본으로 편입되면서 탄압을 받은 소수민족이다.

 

저자 소개 (저자: 다카쿠와 가즈미)

 

1972년생으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 이공학부에서 외국어·종합교육교실 교수로 있다. 전공은 이탈리아·프랑스 현대사상 및 정치철학이다. 저작으로는 아감벤의 이름을 빌려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내전, 왕국과 영광, 미셸 푸코의 안전·영토·인구, 자크 데리다의 사형1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 철학을 정의하다

2장 예속된 자의 저항

3장 주식主食을 빼앗긴다는 것

4장 운명론에 저항하다

5장 지금이 그 시간

마치며

주요 참고자료 일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