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모두 보기

주메뉴

장벽 너머
장벽 너머
  • 저자 : 카트야 호이어 지음 ; 송예슬 옮김
  • 출판사 : 서해문집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47p
  • 청구기호 : 925.075-ㅎ585ㅈ
  • ISBN : 9791192988436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고대민

 

철의 장벽이 세워지고, 독일은 서독과 동독, 두 개의 국가로 분단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눠진 두 국가 증 체제 경쟁에 실패한 동독은 하나의 독일로 통일되며 자연스레 사람들 사이에서 잊어졌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게 된 사회주의 국가의 역사는 아마 스파이 영화의 배경으로나마 접했을 법한 것이 된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다소 생소한 동독의 역사에 대해 인터뷰, 서신, 기록물을 바탕으로 동독인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공간을 부여하며 설명한다. 연도별, 사건 순으로 정리하여 서술되는 동독인들의 인생 이야기들은 그들이 형성했던 국가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나라가 돌아가도록 했던 일상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진 국가의 면면과 역사를 보여준다.

 

인간은 세상을 양극단으로 인식하려고 하며 독일 분단에 관해서도 어김없이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동과 서의 대립으로 바라본다.” p.121

 

대비되는 개념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동등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두 국가를 대비하여 바라보면 서독과 동독이 비슷한 규모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동독이 더 작으며, 실제로는 4개로 분할점령 된 점령지가 미국, 영국, 프랑스의 서독, 소련의 동독으로 이어졌기에 훨씬 작은 크기였다. 소련의 위성국으로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겪었던 분단의 상처, 정체성 상실의 아픔, 척박한 경제적 여건을 일상생활 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이는 분단으로 비슷한 아픔과 과거를 가진 한국을 연상시켜 공감을 자아내고 몰입하게 만든다.

 

혼돈이 격해지는 와중에 도와달라는 페터의 절박한 외침은 베를린장벽 양쪽으로 울려 퍼졌다. 초반의 시끄러운 절규는 이내 숨죽인 울음으로 바뀌었다. 이후 시간이 꽤 지나고 목숨이 다 꺼진 후에야 소리는 멎었다.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p.261

 

베를린장벽이 세워지고 58세의 이다 지크만 등 많은 동독 사람은 서독으로 넘어가고자 하였다. 그 과정 중 1961~1989년 사이 140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수백명이 되는 사람들이 총에 맞은 청년이 울며 애원하는 소리를 50분 가까이 듣고만 있었다는 페터의 이야기는 분단의 슬픔을 더욱 현실적이고 처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저자는 당시 동독 사회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하였다 말한다. 걱정없는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형성된 높은 복지 수준과 평등 교육, 그리고 자유로운 계층 이동과 비전은 높은 행복감과 만족도를 주었기 때문이다. 동독 사람들은 서독에 대한 소식을 늘 들었으며, 사회주의 국가 중 높은 소득 수준을 가지고 있었기에 통일 이후에도 동독 출신 사람들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였다. 이는 사회주의적 사상을 가진 게 아닌지 우려될 수 있지만 이는 그저 당시 추억이자 향수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2021년 퇴임식에서 동독에서 유행하던 니나 하겐의 <컬러필름을 잊었니>를 연주해달라 청한 것 또한 이와 같다. 메르켈의 눈에 맺힌 눈물은 독일민주공화국에 대한 그리움과 욕망이 아닌, 베를린장벽 전후의 자기 삶을 돌아보며 흘린 감격의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동독이 지속된 40년의 역사는 짧지만 1990년 당시 독일 역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었다. 그 시절 속에서 동독 출신 사람들은 그들만의 역사를 간직하였고, 그 문화와 역사는 분단과 통일의 후유증 속에서도 뿌리내리고 융합되었다.

 

저자는 분단에 대한 과거 극복을 더 이상 강박이 아닌 유동적이고 개방적으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서 과거 역사 그대로 담담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동독의 역사를 통해 관점을 넓히고 장벽 너머에 있는 이들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소개 (저자: 카차 호이어)

 

독일계 영국인 역사학자. 2021년 영국 첼튼햄의 독립출판사에서 출판한 피와 철, 독일제국의 흥망성쇠 1871-1918: Blood and Iron, The Rise and Fall of the German Empire 1871-1918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킹스칼리지 런던 King’s College London 객원 연구원이자 왕립역사학회(Royal Historical Society) 정회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를 맡고 있으며 팟캐스트 새로운 독일: The New Germany의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영국 펭귄 출판사에서 장벽 너머: 사라진 나라, 동독 1949-1990. Beyond the Wall: A History of East Germany를 발표했고, 2024년 현재 바이마르 공화국 역사를 쓰고 있다

 

목차

1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에 갇히다(1918~1945)

2 폐허에서 되살아나다(1945~1949)

3 산통(1949~1952)

4 사회주의 건설(1952~1961)

5 벽돌을 하나하나(1961~1965)

6 또 다른 독일(1965~1971)

7 계획된 기적(1971~1975)

8 친구와 적(1976~1981)

9 걱정 없는 일상(1981~1986)

10 모든 것은 사회주의 방식대로(1987~1990)

 

에필로그

참고문헌

감사의 말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