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오재식
과학과 종교. 완전히 다른 선상에 놓인 것 같은 이 두 개념은 과거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마녀사냥, 중세 시대에 벌어진 이 끔찍한 역사는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종교에서 과학은 그 주술과 미신 등을 합리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과학 안에 포함되지 못한 미지의 사물이나 현상을 배척시키는, 자신들의 마녀사냥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쓰였습니다. 즉 과학적이지 못한 것은 악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죠. 이후 근대 사법 체계가 확립되면서 마녀사냥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결국 마녀사냥을 근절시킨 것은 과학이 아니라 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재밌게도, 과학과 종교는 역사 속에서 쭉 대립해 왔습니다. 그 대립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의 주인공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실제로는 그가 고문을 당했거나 그런 말을 남긴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의 행적과 그에 대한 종교재판으로 근대 과학과 종교가 마주하게 되어 서양 전체를 뒤흔들게 됐죠.
지금까지 과학과 종교의 긴밀한 관계, 과학과 종교의 대립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해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는 어떨까요? 여기서부터는 이 책의 첫 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스테리아(Magisteria)’. 이는 '마지스테리움(Magisterium)'이라는 라틴어 단어의 복수형이며, 마지스테리움은 교사를 뜻하는 '마지스테르(Magister)'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즉 가톨릭교회에서 교황과 주교들의 권위 있는 가르침으로 신자들을 가르치는 권한, 교도권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됐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 위해선 이 마지스테리움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교회의 입지가 위협받을 때, 교황은 이 개념을 정의했고, 학자들은 과학과 종교 사이의 선을 명확하게 그어 서로 겹치지 않는 영역 NOMA(Non-overlapping Magisteria)으로 정립해 분란을 막으려 했죠.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영국 최고의 싱크 탱크인 테오스(Theos)의 선임 연구원 니컬러스 스펜서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양립할 수 있는 각자 고유의 영역이라는 의견에 동의했으나, 서로 겹치지 않는 영역이란 것엔 부정했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얽히는 중층적인 관계라는 것이죠. 이 책의 부제, '과학과 종교, 그 얽히고설킨 2천년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과학과 종교는 왜 서로 얽히느냐? 묻는다면, 결국 과학과 종교의 역사가 하나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그걸 말할 수 있는가?' 서로 다른 개념이기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진리를 밝혀내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역사적으로 갈등의 관계에 놓여왔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서로 구분되며 중첩되는 마지스테리아로서 마주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과학과 종교는 하나의 이정표를 위해 나아가는 지식의 공동체라는 것이죠.
자, 여기까지가 저자를 비롯한 현대 학자들이 추구하는 입장이며, 여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거쳐온 역사적 과정과 시행착오가 궁금하다면 책으로 직접 읽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저자 소개 (저자: 니컬러스 스펜서)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 최고의 싱크 탱크인 테오스(Theos)의 선임 연구원. 옥스퍼드대 학에서 영문학·역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정치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BBC라디오4에서 과학과 종교의 역사에 관한 상식을 벗겨내는 〈과학과 종교의 숨은 역사〉 시리즈를 진행했으며, 이는 이 책 <마지스테리아>의 토대가 되었다.
목차
서론: 짐승의 본성
1부 ‘과학 혹은 종교’ 이전의 과학과 종교
2부 창세기
3부 탈출기
4부 과학과 종교의 계속되는 얽힌 역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