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현정
우리는 온갖 시각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후각적 상상력까지 자극하는 이 책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센트 아일랜드」는 가볍게 읽기 좋은 청소년 소설로, 전 세계 향기 산업을 주도하는 ‘센트 그룹’에서 인턴 연구원을 선발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책 표지에 그려진 것처럼 환상적인 향기(Scent)로 이루어진 섬(Island)이다. 파스텔 톤의 예쁜 표지에 이끌려 고른 청소년 소설이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주인공 ‘다린’은 어릴 적 센트 월드 테마파크에서 향기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자연스럽게 향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그리고 센트 그룹의 열아홉 살 청소년 인턴 연구원 모집에 지원하게 된다. 인턴 연구원을 뽑는 과정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다린’은 친구이자 경쟁자인 이들과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다. 시험에서 미션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긴장감 있고 빠르게 전개되어 꽤 많은 분량의 책이지만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밝혀지는 진실들은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다린’이 꿈을 향해 용감하게 도전하고 재능을 펼치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고 다른 지원자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 또한 함께 응원하게 되었다.
“어느 책에서 봤는데, 사람이 가장 불안해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는 거래” - p. 218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가장 힘든 것은 향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책에서는 향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반응을 더해 한 문장만으로도 어떤 향기인지 충분히 느껴지게 했다.
향기에는 많은 것이 담긴다. 어떠한 향을 맡으면 누군가 생각날 때도 있고 특정 기억이나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책에서는 “꿈이 있는 자에게는 꿈 냄새가 난다”며 향기에 꿈을 담아내었다. 센트 아일랜드는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도 조향사, 향기치료사와 같이 향기와 함께 일하며 꿈을 이루어낸 이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아했던 향이나 꿈을 되새기는 기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추천한다.
“우리는 향을 통해 얼마든지 한 사람을 표현해 낼 수 있고, 그 사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며, 심지어 누군가의 기분까지 섬세하게 조각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p. 235
저자 소개 (저자: 김유진)
“꿈 깨.”
처음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들었던 얘기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주인공 ‘다린’에게 꿈을 주입했습니다. 무작정 저에게 꿈을 불어넣었으면 팡! 하고 터졌겠지만, 다린에게 꿈을 불어넣자 《센트 아일랜드》가 탄생했습니다. 그즈음 7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글쓰기에 매진했습니다.
현재 한 평 남짓한 서재에서 글로, 온 세계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그날의 실험실
1장 오늘은 1차 시험 결과 발표 날이니까
2장 네 명의 룸메이트
3장 센트 아일랜드의 낮과 밤
4장 툴레 향의 비밀
5장 뜻밖의 냄새
6장 꿈이 있는 자에게는 꿈 냄새가 난다
7장 향보리 연구 센터
8장 마지막 시험
9장 최종 합격자 발표
에필로그 1 설레는 파도 향
에필로그 2 기억의 원근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