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레그’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친구들은 그레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시작했어요. “털실 뭉치 쫓으며 놀래?“, ”파티에 갈래?“, ”스케이트 탈래?“, ”그림 그릴래?“ 계속해서 고개를 젓던 그레그는 결국 속마음을 털어 놓았어요. ”사실 난 꼼짝하기 싫은 게 아니야. 지금 좀 울적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러자 친구들은 말했어요. ”나도 때때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 너랑 같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고양이들은 다함께 바닥에 드러누워 발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요.
여러분에게도 발끝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있었나요? 기분이 무겁게 내려앉아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나요?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랍니다. 우리 마음에는 항상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누구나 때로는 우울한 기분이 든답니다. 그럴 땐 억지로 힘을 내기 어려우니 괜찮아질 때까지 마음에게 쉬는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그레그가 했던 것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기분을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나를 걱정하고 곁을 지켜주는 손을 잡으면 우울의 터널을 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거예요.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하나/2024년 12월
글, 그림 : 잭 컬랜드
윈체스터 예술 대학을 졸업한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그는 여행에서 마음속 깊이 품어 왔던 그림책 작가의 꿈을 더는 미루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바로 《고양이는 발끝 하나 까딱하기 싫어》입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그림책 작가라는 두 작업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