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곽기용
“사람은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필자가 이 말을 특히 절실하게 느낀 시기는 중학교 때였다. ‘욕’을 본격적으로 쓰는 아이들이 우글우글해 어쩔 수 없이 욕설이 말끝에 붙게 되는 시기… 이 때 잘못 들인 말끝 욕설 습관을 지워내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언행에 주의하며 나름 꾸준한 독서를 이어오는 것이 교정의 방법이었는데 어휘도 많이 알고 말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랴…? 사회인이 되어 예전보다 안 읽고 안 쓰니 잊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면서도 정작 상황 설명을 할 때는 조리 있게 잘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기 일쑤인 상태, 필자의 현주소다.
그러나 살다 보면 중요한 순간에는 격식을 갖춰 이야기하고 나의 모습을 어느 정도 꾸며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특히 말과 차림새가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를 위해 격식을 갖춰 말하는 방법을 섬세히 알려주기로는 박영수 저자의 「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이 손꼽힐 만하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5장 중 어디를 펼치더라도 해당 단어가 들어간 기사문, 사전적 분석, 심지어 어떻게 발음하면 좋은지까지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편의상 장을 나눠두었지만 원하는 단어를 찾고 교정해 볼 수 있는 것도 책의 순기능 중 하나다. 이외에도 한자와 영어단어의 어원 소개가 단어마다 빠지지 않아 자잘한 지식을 늘려 주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주목하면 좋을 것이다.
작중에서 한 예로 ‘내막’ 이란 단어를 보자. 이 단어에 대해 독자들의 보편적인 인식은 걷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일의 ‘내용’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내막의 어원은 사건이나 내용에서 유래하지 않았다. 막, 바로 천막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에선 지휘관을 잡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휘관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 과제였다. 그래서 천막을 이중으로 하여 안쪽에 검은 천을 둘러 누가 있는지 알아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장수 침소로 삼은 막사는 이중으로 경비했으니 바깥에 외막을 치고 다시 안쪽에 내막을 쳐서 쥐새끼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도록 엄중히 경계했다. 그러므로 일반 병사들은 그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속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의 내용을 뜻하는 내막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p.104)
혼동하기 쉽고 어려운 단어들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느르다’ 라는 단어를 보자. 어떤 단어와 연관이 있는 단어일까? 바로 ‘보살피다’ 와 연관되어 있는 단어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랫사림을 챙겨 준다는 뜻이다. 이런 뜻을 모른 채로 본다면 그느, 거느, 거느리다 등으로 잘못 혼동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특히나 요새 뉴스 이슈로 학생과 성인의 급격한 문해력 감소를 들 수 있는데 단어의 자세한 뜻을 모르고서 비슷한 단어를 가져다 붙이거나 하는 경우는 이미 너무 빈번한 슬픈 현실이다. 이 때 책을 통해 어려운 단어들을 찾아보고, 이로 인해 단 0.1% 라도 문해력이 오를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 아닐까?
“그러므로 그느르는 태도라는 말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돌보고 보살펴 주는 모양새임을 알 수 있다. 놀이터에 가면 형이나 누나가 동생을 그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p.168)
짧은 토막글이 많아 숏폼에 익숙해진 대다수의 독자들에게도 잘 맞는 취향의 책일 것이다. 격식 있는 말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슬쩍슬쩍 한 토막씩 넘겨 보며 머릿속에 담아 보면 어떨까? 상황에 맞게 꺼내 쓸 수 있는 우아한 단어들이 입을 통해 나오게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저자: 박영수)
인류의 역사를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로 풀어내는 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이다. 사람들이 과거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질문하고, 더 깊이 생각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였으며, 학창시절부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일상 속 사소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일생 연구할 100가지 주제를 선정한 뒤 이를 지금까지 탐험하고 있다. 특히 우리말의 어원과 문화관습의 유래를 필생의 목표로 삼아 꾸준히 근원을 추적하고 있다.
평생 한국말만 쓴다고 해서 ‘우리말’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으로서 품격을 유지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들 중 특히 헷갈렸던 유사어와 더불어 일상에서 바꿔 쓰기 좋은 다양한 표현들을 담았다. 단어가 지나온 역사와 일상에서 사용한 예시를 자연스럽게 따라 읽다 보면, 말과 글에 품격이 생기고 소통이 원활해지며 한층 품위 있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서로 《우리말 어휘력 사전》, 《어원의 발견》, 《우리말의 발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의 세계사》 외 다수가 있다.
♣ 목차
들어가는 말 우리말만 잘 써도 인생이 달라진다
제1장 말 한마디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 우리말의 재발견 •
제2장 아는 척 대신 진짜 아는 말을 늘려라 • 지식을 채우는 말 •
제3장 배려할수록 품위가 올라가는 말이 있다 • 관계를 넓히는 단어 •
제4장 표현 하나만 바꿔도 지적인 삶이 된다 • 성숙함을 더하는 단어 •
제5장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 아는 만큼 성장하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