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종교 서적이라고 하면 ‘특정 종교의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인간과 자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세계와의 연결을 다룬 책이라면 어떨까? 그건 조금 더 흥미로워지지 않을까? 우리가 살면서 종종 겪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들,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일본의 인류학자 오쿠노 카츠미와 불교학자 시미즈 다카시가 함께 쓴 『오늘날의 애니미즘』은 바로 이런 주제들을 탐구하며,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자 하는 독특한 철학적 시도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이 단순히 함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나무나 곰 같은 생명체들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영혼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들이 인간과 자연 사이를 순환하며 얽혀 있다는 개념이 바로 애니미즘이다. 인류학자인 오쿠노 카츠미는 여러 민족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원리를 설명하고, 불교학자인 시미즈 다카시는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분석한다. 애니미즘은 단순히 옛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철학적 도전이다.
만약 평소에 자주 읽던 주제가 식상해졌다면 이 책은 조금은 낯선 세계로 독자를 초대할 것이다. 불교와 인류학, 동서양 철학의 교차점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사유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철학적 질문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책의 주제가 조금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제일 뒤편에 있는 역자의 후기를 먼저 읽어본다면 본문을 좀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의 연결을 탐구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관을 고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저자 소개 (저자: 오쿠노 카츠미, 시미즈 다카시)
오쿠노 카츠미: 일본의 인류학자. 1962년 규슈 북서부의 사가현(佐賀県)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学)에서 「재앙의 설명과 재앙에 대한 대처: 보르네오 섬 카리스 사회에서 정령, 독약, 흑마술(災いの説明と災いへの対処─ボルネオ島カリス社会における精霊, 毒薬, 邪術)」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릿교대학(立教大学) 이문화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멕시코 원주민 사회를 방문하고, 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멜라네시아, 유럽 등지를 떠돌아다닌 후 방글라데시에서 잠시 승려 생활을 했다. 보르네오 섬의 화전 경작민인 카리스 부족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한 이래 지금까지 카리스 족과 더불어 수렵 채집민인 푸난 족에 관한 현지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는 또한 다자연주의, 다종인류학에 기반한 일본 인류학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며 저술, 번역, 대중 세미나, 잡지 발간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에서 존재론적 인류학을 대표하는 인류학자 중 한 사람이다.
시미즈 다카시: 일본의 불교학자이자 철학자. 1967년 혼슈 중부의 아이치현(愛知県)에서 태어났으며, 2005년 아이치대학(愛知大学)에서 「세르, 창조의 단자: 라이프니츠에서 니시다까지(セール, 創造のモナド─ライプニッツから西田まで)」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도요대학(東洋大学) 종합정보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라이프니츠, 미셸 세르, 브뤼노 라투르 등의 프랑스 철학을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대승불교를 확립한 나가르주나(龍樹), 일본 불교의 기틀을 다진 구카이(空海) 등 사상가를 연구하며 불교를 동아시아의 형이상학이자 독자적인 존재론으로서 조명하며 그 논리를 탐구한다.
♣ 목차
들어가며
1장 애니미즘, 무한의 왕복 순환과 붕괴하는 벽
2장 삼분법, 선, 애니미즘
3장 대담Ⅰ
4장 타력론의 애니미즘
5장 애니미즘 원론—‘상의성’과 정념의 철학
6장 대담Ⅱ
나오며
역자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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