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내내 우리 시간표에는 꼭 도덕 과목이 있었다. 배울 때는 멋모르고 배웠으나, 성인이 되어 책임질 게 더 많아진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배웠던 도덕을 실제로 써먹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우리가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것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무슨 대학교 교양과목의 이름 같은 부제를(윤리학으로의 초대)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교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주려 한다.
책의 목차에 나와 있듯이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니체 등 저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이 등장한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교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 작가답게 알아 듣기 쉬운 말로 그들의 사유를 풀어내며 도덕을 탐구한다. 우리는 알기 쉽게 설명된 그들의 사상을 살펴보고 공감할 것에 공감할 뿐이다. ‘도덕은 이러이러해야 한다!’가 딱 머리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지만 가슴에 도덕에 대한 정제 되지 않은 하나의 원석이 탄생하는 듯하다. 이론으로서 완벽해진다고나 할까? 이제 그 원석을 깎고 다듬어 나만의 도덕으로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흔히 그걸 ‘도야’라고 한다.
돈(사업)을 벌려면 사기를 좀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부로 법의 허점을 노려 이득을 보고는 문제없다는 듯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몰라서 안 하고 사는 것일까? 법은 최소한의 도덕적 도구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도구일 뿐, 양심의 가책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주위 모든사람들이 안다. 작가는 언제나 도덕의 기준은 법이 아닌 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목에 ‘쓸모’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도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읽고 나면 왜 쓸모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다들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쓸모없을 거라 여겨 버렸던 물건이 꼭 나중에는 필요해져서 후회했던 적. 그러면 과연 그 물건은 정말 쓸모가 없는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언제 어디서 쓰일지 모르는 그런 물건이기 때문에 평생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비유라고도 느껴지지만, 내 생각에 도덕은 그렇다.
굳이 칸트의 언어로 도덕의 쓸모를 풀이하자면, 도덕은 여타 인간에게 유용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칸트가 말하는 도덕은 분명합니다. 도덕적 행위를 하려는 의도가 그것이 단지 도덕이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p.144
♣ 저자 소개 (저자: 이한진)
약 17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2023년부터 초등교사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초월에 대한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사유와 도덕교육적 함의」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연구 과정에서 좋은 가르침은 교사의 착함과 지적 겸손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는 잠정적인 결론 아래, 지금은 예비 교사들과 좋은 삶을 열망하며 철학함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 목차
1부 왜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하나?
1장 도덕이 뭘까?
2장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 아닐까?
3장 도덕은 어디에 좋은 걸까?
4장 착했던 내가 변한 것일까?
5장 고작 그것 때문에 도덕이 좋다고?
2부 어떻게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6장 조금 더 고결한 이유로 행위할 수 없을까?
7장 정의 말고 다른 도덕은 없을까?
8장 왜 나쁜 짓을 하게 되었을까?
9장 불필요한 도덕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
3부 지금의 나는 도덕적 인간인가?
10장 우리는 어떤 사회를 선택할 수 있을까?
11장 어떻게 하면 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12장 어느 정도 실천해야 도덕적인 사람일까?
13장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