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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골동품 서점
기묘한 골동품 서점
  • 저자 : 올리버 다크셔 지음 ; 박은영 옮김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367p
  • 청구기호 : 013.33-ㄷ47ㄱ
  • ISBN : 9788925574820

서평

구의제3동도서관 사서 박한민

 

도서관 사서가 되고 나서 작은 습관이 하나 생겼다. 지나가다 책방, 서점, 도서관이 보이면 들어가서 그 공간과 그곳에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보는 습관. 이 작은 습관 때문인지 서가를 둘러보던 중 기묘한 골동품 서점이라는 제목을 읽음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저자가 얼떨결에 희귀 서적 판매인이 된 것처럼 나도 얼떨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여정이 이처럼 간단히 시작되었다는 게 재미있기만 하다.

별 성의 없이 만든 광고 하나를 온라인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슬쩍 면접을 보고, 빠른 속도로 구두를 닦고 나니(그날 한 번뿐이었지만),

나는 희귀 서적 판매인이 되어 있었다. - 21p

 

이 책은 기면증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아직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방황하던 저자가 우연히 1761년에 설립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소서런(Sotheran)‘의 수습 직원으로 수년간 일했던 경험을 담은 일종의 근무일지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직업이라는 특징과 소서런이라는 장소의 특별함이 어우러져 이 책은 단순한 직업 에세이 그 이상이 된다. 표면적으로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에세이에서 벗어난 이 책을 개인적으로 3개의 챕터로 나누어 보고 싶다. 책과 일, 서점, 사람으로

 

먼저 저자가 나눠놓은 1, 2챕터는 희귀 도서와 그것을 다루는 희귀 서적 판매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래된 책들이 먼지와 함께 쌓여 있고 출처와 용도를 알 수 없는 골동품들이 널려있는 고서점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들어가 도서 목록을 만드는 법부터 시작해 책 수집가와 크립티드(cryptid, 목격담은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은 생명체)라는 이름을 붙인 특이한 손님을 대하는 법, 희귀 도서를 모으는 법 등을 배우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희귀 서적 판매인으로서 고서점에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다. 이에 더해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없는 희귀 서적, 골동품 판매 산업의 현실도 함께 느낄 수 있어 책을 읽다 보면 일반인이 읽기 쉽게 쓰인 고서점과 희귀 서적 판매업에 대한 입문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2, 3, 4챕터는 저자가 몇 년간 수습 직원으로 일했던 고서점 소서런(Sotheran)‘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소서런은 우리나라 조선 영조 재위 시절인 1761년 약재상으로 살던 소서런이 (곧 사이가 나빠질)동업자 토드와 함께 은퇴한 북 딜러의 재고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소서런이 폐업까지 1년 남았다는 말은 1761년부터 늘 있었어라는 농담이 전해질 정도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소서런은 끝끝내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남았다. 그 긴 세월 동안 서점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책과 골동품, 사람이 오가며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그렇게 그곳에서 만들어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화나 신화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곳은 그렇게 바쁘게 흐르는 사회의 흐름에 조금 뒤에 위치하면서 변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딘 존재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편안함과 신비함을 준다.

 

하지만 아무리 신비해 보이는 소서런도 결국 시대에 물결이 닿기 마련. 5챕터는 현대사회에 맞춘 소서런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최근(소서런에서 근 30년 내의 일은 아직도 최근일 것이다) 일어난 인터넷의 발달은 서적 거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보다 더욱 많은 책이 빠르게 쏟아지고,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이 희귀 서적과 골동품 이야기를 나누며 가격 또한 빠르게 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서런도 이런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서런에서 일했던 저자 자신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이라는 희귀질환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던 저자는 소서런에서 많은 사람의 도움과 배려를 받아 열심히 노력해 희귀 도서 판매인이라는 직업도 가지고 학위도 따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져 가는 소서런과 기면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저자가 타인의 도움과 배려를 받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아날로그, 빈티지 옛것에서 느끼는 애틋함과 향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돈으로는 환산되지 않는 목적을 가지고 서점 방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책을 냄새와 소리, 촉감으로 숭배하는 대상물로서 여기는 경향 때문이다.

매장으로 들어와 냄새가 너무 좋아서 그냥 잠시 머물고 싶다거나

책 옆에 있고 싶어서 왔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거의 매일 있다.

책과 함께 있고 싶고, 책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인간의 본성과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 21p

 

이 책은 단순히 오래된 서점에 관해서만 쓴 책이 아니다. 이 속에 담긴 희귀한 책과 골동품, 고서점에 관한 이야기 속에는 과거를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는 사람, 무언가에 빠져 무한한 애정과 노력을 쏟아본 애호가, 정직하게 한 길만 우직하게 걸었던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자신이 책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책 애호가뿐만 아니라 지나온 세월 속에서 그리움을 느끼는 사람,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해 봤던 사람, 아직 앞서 말한 감정들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 소개 (저자: 올리버 다크셔)

1994년생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 중 하나인 런던의 헨리 소서런 사에서 견습생으로 책 판매 일을 시작했다. 현재는 고군분투 중인 고서적 판매인이자 작가로서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 직업 상담가가 당신의 인생은 주의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렇게되어버릴 것이다라고 경고한 말과 정확히 그대로살아가고 있다. 맨체스터에서 남편과 함께, 수집하지 않겠다고 무진히 애를 썼으나 집 안을 가득 채운 책들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목차

추천사

저자의 직장 상사로서 드리는 말씀

책머리에

1. 고서적과 일반 서적

1 전문가 제임스

2 구경꾼들과 호사가들

3 책 수집가들의 부류

4 북러너라는 기이한 직업

5 초보자를 위한 도서 목록

6 고객 서비스와 판매 비결

7 미확인 생명체들의 등장

8 흉측한 박의 등장

9 중고책 수선과 제본업자들

10 발레리나와 발레복이라니

11 적절한 수습 직원 트레이닝

12 스핀들맨과의 승부

13 제임스와 폐기물

14 백과사전보다 귀중한 것

15 독극물에 오염된 책

16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서

17 고가의 책을 팔려면

18 소서런의 미스터리한 저주

2. 예술과 건축

19 대격변을 맞이하여

20 차선의 업무용 책상

21 사라진 기록보관소

22 오래된 책 보관법

23 서점가의 이웃들

24 도둑과 도둑잡기

25 소서런의 골동품들

26 이따금 물이 샐 때도 있지만

3. 여행과 탐험

27 영업시간의 규칙

28 위험한 저택 방문

29 다락방의 초상화

30 모자걸이와의 동행

31 경매에 입문하려면

32 희귀 도서 세미나

33 테트리스처럼 책 쌓기

34 지하 던전 탐사 기록

35 서점 직원의 석사 학위

4. 자연사 박물관

36 고서점의 저녁 파티

37 서점을 덮친 싸움꾼들

38 더욱 불유쾌한 소란

39 책 수집가가 배우자라면

40 온갖 사연의 편지들

41 참을 수 없는 인간들

5. 현대 초판본의 세계

42 일인용 옷장 밖으로

43 보건 안전 검사관의 방문

44 다시 돌아온 스핀들맨

45 더 연결된 세상으로

46 런던 서점 냄새 투어

47 세상 모든 책들의 가치

48 고서점의 마감 세일

엔딩 영원한, 소서런의 제임스

부록

감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