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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 저자 : 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공]지음 ; 김희정 옮김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372p
  • 청구기호 : 126.5-ㅁ156ㄱ
  • ISBN : 9791171711284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곽기용

 

<죽음> 아직 팔팔한 나 자신을 보면서 아직은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 하고 생각한다. 필자는 파뿌리가 아닌 검은 머리의 젊은이니까하지만 유명한 만화 원*스의 명대사 사람에게서 잊혀 졌을 때 죽는다.” 는 말 또한 <죽음>의 한 형태라는 생각이 요즈음 강하게 들고 있다. 바로 사랑하는 할머니와 통화하면서다.

일주일에 세 번, 필자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할머니께 전화 드리는 횟수다. 매번 들리는 첫마디는 00야 아픈 데 없지? 다 괜찮고? 할머니의 걱정에 힘들었던 하루를 묻어두고 다 괜찮아요! 라고 한마디 해드리고 짧게나마 안부 인사를 드리면 비로소 하루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전화를 받으시는 할머니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몇 초가 지나서야 들리는 00? 그런데 필자의 이름이 아닌 남동생 이름을 말씀하실 때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 할머니께서는 바로 다시 필자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셨지만 마음은 한없이 복잡해졌다

 

그날은 드시는 약을 빼먹지 말고 잘 드시고 더운데 나가지 마시라는 등 잔소리가 한참 많아졌다. <죽음> 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만약 할머니의 임종이 가까워진다면 가족들이 모두 모인 와중 과거부터 현재를 돌아보고 남길 말을 남기고 앞서 말한 모 만화처럼 정말 멋진 인생 이었다! 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수 있을까?

 

가까운 이의 마지막인데도 선뜻 다 올 거야! 라는 확신에 찬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현대 사회가 여유가 없고 남들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에 대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팍팍한 현실 가운데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이들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에 대해 답을 알려 줄 것만 같아 집어 든 책이다.

 

이 책은 캐나다에서 거의 5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의사로써 수많은 사람을 살린 팔십 노의사 진 마모레오가 <의료 조력 사망> 우리나라로 하자면 <존엄사>를 도우며 질문하고, 울고 웃는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의미 있고 존엄한 삶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다. 자기 스스로, 본인 의지로 삶을 정리하고 싶다고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2015년 캐나다 대법원은 의료 조력 사망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이때 저자는 의료 조력 사망을 원하는 이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그들을 만나 함께한다. 환자들이 외로움과 고통, 불안에 시달리며 죽음을 결심하기까지의 결의부터 가족들의 배신감과 고충, 의사로서 겪은 시행착오와 갈등, 의료 조력 사망이 가능한 자격 조건과 최신 정보, 그리고 현장에서 느낀 사람으로서 나아갈 방향 등을 슬프게 이야기한다.

 

책에서 인상 깊은 점 첫 번째는 환자만이 화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사가 이야기하고 환자가 이야기하고 간호사가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이야기한다. 검시관이나 요양보호사 등 관련자 모두가 한마디씩은 한다. 이 부분에서 다양한 입장을 골고루 들어볼 수 있다. 특히 오랜 병마에 시달린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현실을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마냥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필자에게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죽음을 선택하고자 할 때 누구는 죽지만 누군가는 실패한다. 왜일까? 가족들이 막아서서 어떻게든 더 오래 사시도록 돌보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 <돌봄> 으로 인해 가족들이 겪는 현실은 지옥이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다.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를 돌보는 일은 대부분 가족, 특히 어머니, 배우자, 딸이 감당한다.

그들은 닫힌 문 뒤에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힘든 일을 해내면서 밤을 지새우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낮 시간을 견디며, 자신이 돌보는 사랑하는 이에게 닥칠 재난을 막는 유일한 방어벽 역할을 한다.

그들이 지는 부담은 절대적이며, 자기희생은 계산할 수조차 없다.” (p.37)

 

뉴스만 봐도 병마에 시달리는 배우자의 수발을 들다 못해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돌보는 사람도 함께 떠났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들려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치매노인들의 수발이 너무 힘들어 부부끼리 싸웠다거나 이혼한다는 이야기는 차라리 평범한 축에 속하기도 하고만일 이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의료 조력 사망은 끝없이 이어지는 돌봄이나 책임의 굴레에서,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환자 본인에게도 한 가지의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해 준다.

 

생을 마감하기 위한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로도 외롭거나, 수치스럽거나, 혹은 끔찍한 종말을 맞으리라는 두려움을 얼마간 덜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궁극적으로 의료 조력 사망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절망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보루, 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도구, 상황을 장악할 수 있다는 안심,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심지어 희망이 될 수도 있다.” (p.168)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의사들의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죽음을 다루다 보니 의사들이 겪는 트라우마나 죄책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책에서도 못 박아 둔다, “의료 조력 사망은 고위험 의료 행위입니다.” 라고! 마음이 힘들면 심리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처럼, 의료 조력 사망에 관여하는 의사 역시 자신을 돌봐야 한다. 저자 또한 강연에서 이 말을 듣고 무작정 뛰쳐나가 달리다 우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필자는 이 부분이 의사로써 환자들을 대할 때 정말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병원 총파업은 환자를 1순위로 생각하는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인들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바라는 의사의 모습이란 어쩌면 이토록 망가져 엉엉 우는 의사일지도 모른다. 함께 울고 웃는 이 말이다.

그러면서도 건강히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 여기서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실컷 울고 나서 사는 방법을 받아들인다.

 

사람이 죽는 것을 돕는 데 필요한 기술 중 하나는 사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다.” (p.264)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의료 조력 사망이 합법이 아니다. 그저 존엄사혹은 안락사라는 개념만 있을 뿐그러나 이 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은 분명 있다. 책을 권하는 이유는 우리가 잘 모르던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함이 아니다. 누구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는 없다. 다만 당사자가 나 자신을 잃기 전에 끝내길 선택했다면 당사자와 울고, 불고, 체념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스레 남겨져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고 떠날 사람의 뜻을 존중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떠나보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남겨질 준비를 하라,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라 그리고 살아가라고 격려한다.

힘들게 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힘내서 살아가 보자!

 

저자 소개 (저자: 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진 마모레오

의사이자 작가. 자신이 지지하는 것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이자,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가.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아홉 번이나 완주한 강한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 45년 동안 가정의로서 지역 주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다가, 2016년 의료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자 자신의 인생 경로를 바꾸어 사람들의 죽음에 관여하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캐나다에서 최초로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한 의사 중 한 명으로, 여든이 넘은 현재까지 신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글로브앤드메일, 내셔널 포스트등에 글을 써 적극적으로 조력 사망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해나 슈넬러

자유기고가. GQ기자를 지낸 후 인스타일, 배니티페어, 프리미어등 잡지에서 글을 썼다. 베스트셀러 통제할 수 없는Uncontrollable, 우먼 이너프Woman Enough를 공동 집필했다.

 

목차

 

프롤로그 _ 욜란다, 파트 1

1장 시작 _ 이건 옳은 일이야, 내가 적임자야!

2장 조 _ 내가 어떤 느낌으로 사는지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3장 아이린 _ 이상적인 조력 사망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4장 애슐리 _ 자신을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5장 배움의 완성? _ 배움은 후회할 것이라는 염려 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6장 실라 _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된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잖아.

7장 소어 _ 그저 탈출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을 뿐이다.

8장 톰 _ 통증을 더 완화할 수 있다 해도 죽음을 선택하시겠어요?

9장 욜란다, 파트 2 _ 이제 더 이상 내가 나 같지 않아요.

10장 벼랑 끝 _ 내 영혼이 위안을 필요로 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

11장 욜란다, 파트 3 _ 지금보다 나의 선택에 더 강한 확신이 들었던 적은 없다.

12장 배운 교훈 _ 나는 그들을 내 마음에 들여야만 한다.

13장 좋은 죽음 _ 좋은 죽음은 그냥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에필로그 _ 나아갈 길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