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닮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려 내는
나의 작은 나라 이야기
1992년, 가브리엘은 열 살이고 부줌부라에서 르완다인 어머니, 프랑스인 아버지, 동생 아나와 함께 살고 있다. 구석구석을 꿰고 있는 동네를 누비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가브리엘에게 삶은 〈평소 그대로, 전에 늘 그랬던 대로, 앞으로도 그대로이길 바라는 대로〉이다. 그러나 부룬디에 내전과 학살의 피바람이 불면서 먼 동네 이야기로만 알았던 일들이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일상은 서서히 산산조각 난다.
고향을 떠나오고 20년이 지난 뒤, 가브리엘은 잃어버린 세계를 돌아보며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을 건져 글 속에 되살려 내고자 한다. 파유는 『나의 작은 나라』를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거리의 레몬 향기, 부겐빌레아가 심긴 거리를 따라 걷는 저녁 산책, 구멍 난 모기장을 치고 자는 오후의 낮잠, 맥주 상자에 앉아 나누는 시시한 대화, 폭풍 치는 날의 흰개미……. 내가 이 소설을 쓴 것은 우리가 존재했었다고, 우리만의 단순한 삶, 우리만의 반복되는 일상, 변치 않기를 바랐던 행복이 있었으나 결국은 곳곳으로 보내져 망명자, 난민, 이민자가 되고 말았다고 세계에 외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외침은 곳곳에서 전쟁과 집단 학살이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독자를 향해 울리며 저마다의 생활, 관계, 성격, 추억, 기호를 지닌 채 또렷이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사람들을 상상하고 알아보도록 이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책은 〈잠자는 정령〉이어서, 때로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 『나의 작은 나라』는 그런 힘이 있는 소설이다.
- 소개출처: 온라인서점(알라딘)
■ 저자 소개
저자: 가엘 파유(Gaël Faye)
르완다, 프랑스 복수 국적의 소설가. 1982년 르완다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부룬디 부줌부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룬디 내전이 격화하면서 열세 살이던 1995년에 프랑스로 망명했다. 2016년 데뷔작 『나의 작은 나라』로 공쿠르상, 페미나상을 비롯해 프랑스의 모든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단숨에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