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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무법의 바다
  • 저자 : 이언 어비나 지음 ; 박희원 옮김
  • 출판사 : 아고라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784p
  • 청구기호 : 539.93-ㅇ294ㅁ
  • ISBN : 9788992055796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몇 년 전 모 기업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를 기억하는가?

십수 년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염전 노예 사건은 또 어떤가?

그보다 더 이전에 태안에서 벌어진 기름 유출 사고도 우리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노동 환경 문제, 인권 문제, 자연환경 문제 등 국내에서 일어난 이러한 사건, 사고들은 뉴스와 신문을 가득 메우며 우리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힌 바 있다. 이러한 일들 대부분은 한 번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터져 나오는 것들이며, 여러 차례 되풀이되던 문제가 이따금 수면 위로 떠올라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모든 일은 드러나기에 우리가 알게 된다. '무법의 바다'는 드러나지 않는 수면 아래(실제 바다의 수면 위, 아래 모두)에 일들을 끄집어낸 바다에 관한 르포르타주(실제 사건에 관한 심층적 탐방 기사, 보도, 보고).

 

책이 전달하는 내용은 끔찍하고, 처절하고, 강렬하다. 앞서 나열한 사건, 사고들은 하나하나 우리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일으킨 일들이다.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는 곳이 바다라는 걸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어째서 몰랐을까.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까지 하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작가 이언 어비나가 세계 곳곳의 바다와 대륙, 도시를 누비며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에는 인신매매, 해적과 용병, 노예와 밀항자, 밀렵꾼과 환경 운동가, 끔찍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의 삶 등 여러 이야기가 등장한다. 15, 784쪽이라는 두꺼운 책이지만 책을 펼치고 덮기까지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지구 표면 71퍼센트를 차지하는 거대한 바다는 국가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해와 그렇지 않은 공해(배타적경제수역을 포함한)로 이루어져 있다. 육지처럼 국경선이 명확하게 막혀 있지 않은 여러 바다는(사실 하나의 바다는) 법이 닿기에는 너무나 드넓다. 더군다나 공해에 적용되는 법들의 많은 부분은 법망에 담길 대상들에 의해 느슨하게 짜여 엉성하기 그지없다.

 

공해에 적용되는 규칙은 오랜 세월 입법관과 노동 변호사보다는 외교부와 수산업계, 해운업계의 뜻에 따라 짜였다. 그랬기에 영업 비밀이 범죄 예방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p.657

 

책 내용 주제들을 모두 열거하기에는 내용이 방대하다. 두 가지 정도로 키워드를 압축하자면 '노동 환경''자연환경'이다. 그 둘은 서로 얽히고설켜 결국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 중 노동 환경에 관한 한 가지 이야기를 예시로 들고 싶다. 많은 어선은 선장이나 간부 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동 인력을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한데 그 환경이 가혹하기 짝이 없다. 책에 등장하는 어떤 배에 노동자는 하루 20시간 이상을 일한다. 어떤 때는 48시간 연속으로 일하기도 한다. 선장과 간부들은 다른 언어를 사용해 말도 통하지 않지만, 툭하면 주먹을 휘둘러 코가 부러지거나 눈이 멀기도 한다. 명령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냉장실에 사람을 가두거나, 썩은 물고기 미끼를 강제로 먹이기도 한다. 심지어 성관계를 강요하고 수시로 성추행을 일삼는다. 이 배는 한국 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 선장과 간부가 모는 어선이다.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또 다른 어선은 안전 수칙을 무시한 채 어업을 강행하다 뉴질랜드 인근에서 침몰되기도 했다. 끔찍하게도 이런 일은 전 세계 바다에 만연해 있다.

 

내가 섭외한 수사관이 오양75호에서 내리기 전, 배에 있던 스물여덟 살 인도네시아인 선원 푸르완토가 수사관을 따로 붙잡았다. 푸르완토는 누가 왜 자신의 노동 환경과 만족도, 임금 지급 여부에 관심을 보이는지 몰라 진심으로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푸르완토는 그 배에서 일한 지 1년째였다. "배 생활이 왜 궁금한 거죠?" 수사관과 조합 조사관은 그냥 노동법 위반 사항이 없나 확인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푸르완토는 설사 법이 안 지켜진다 해도 상관없다고, 일자리가 필요하니 말을 그만해야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봤자 달리 할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한테는 이게 최선이에요." -p.196

 

바다라는 익숙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외면해서는 안 되는 여러 진실이 여기 담겨 있다. 책을 통해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저자 소개 (저자: 이언 어비나)

 

20년 가까이 <뉴욕타임스> 의 탐사보도 기자로 일했으며, 퓰리처상(속보보도 부문)과 조지포크상(외국보도 부문) 등 언론인에게 주는 권위 있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현재 바다의 환경과 인권, 노동에 대한 탐사보도를 하는 비영리 저널리즘 단체 무법의 바다 프로젝트를 이끌며 <뉴욕타임스>, <애틀랜틱>,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정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다. 그의 다른 책으로는 인생의 작은 골칫거리들이 있다.

 

목차

 

서문

1장 천둥을 덮치는 폭풍

2장 외로운 파수꾼

3장 녹슨 왕국

4장 상습 범죄 선단

5장 애들레이드의 항해

6장 창살 없는 감옥

7장 잃어버린 방주의 약탈자

8장 중개인

9장 다음 프런티어

10장 해상 노예

11장 쓰레기를 흘려보내다

12장 출렁이는 국경

13장 위험한 무장지대

14장 소말리아의 일곱 선박

15장 사냥꾼 사냥

에필로그: 공백

부록: 무법의 바다에 고삐를 조이려면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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