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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
스틸라이프
  • 저자 : 가이 대븐포트 지음 ; 박상미 옮김
  • 출판사 : 을유문화사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215p
  • 청구기호 : 600.04-ㄷ51ㅅ
  • ISBN : 9788932474908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정물화란 말 그대로 멈춰있는, 정지해 있는 상태의 물체를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미술관에 정물화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보통 캔버스 속의 큰 테이블을 떠올릴 것이다. 그 테이블 위에는 과일 또는 화병, 어쩌면 책이나 술잔 같은 물체가 이리저리 놓여 있지 않은가? 이처럼 내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정물화는 그냥 실재(實在)하는 사물을 그려낸 작품이거나, 카메라가 생겨나기 이전 시대의 기록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 회화의 한 종류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책의 역자는 이렇게 말했다. “애초부터 나에게 정물은 중요했는데, 그 이유는 정물이 미술사 속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장르였고, 현대에 들어오며 가장 실험적인 장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리스 시대 문학을 여러 번 언급하면서 과거 정물의 개념과 역할을 설명한다. 옛이야기가 지루해질 즈음 널리 알려진 예술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먼저 피카소는 <납골당>이라는 작품에서 홀로코스트를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물을 이용하여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8년 뒤, 반 고흐는 온갖 정물이 등장하는 <양파가 있는 정물>을 완성했다. 저자는 범죄 현장에 방문한 탐정이 증거를 수집하듯 고흐의 정물을 하나하나 묘사하면서 각 요소가 지닌 의미를 분석한다. 작품 속 정물은 고흐의 삶과 가치관, 심지어는 건강 상태까지도 기록하고 있었다. 감탄하며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 속에 언급되는 다른 정물화의 의미도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책을 흥미롭게 읽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원서의 부제목인 조화로운 무질서(harmonious disarray)’가 나타내듯이, 독자 스스로 무질서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언제든지 평면적인 회화 속에서 작품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외형 또한 흥미롭다. 천 재질의 흰색 표지 중앙에는 정물화가 위치한다. 책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한 것처럼 보였다. 후련한 마음으로 완독한 책을 서가에 세워두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순간 이 책은 나, 즉 독자에게 의미 있는 정물이 되었다. 잠재된 생명력을 품은 책이 정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독자에게 가 닿을 때 비로소 <스틸라이프>라는 작품이 완성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책의 서평을 마친다.

 

저자 소개 (저자: 가이 대븐포트)

 

미국의 작가, 학자, 교육자, 번역가, 삽화가. 열일곱 살에 듀크대학에 입학해 예술과 고전, 영문학을 공부한 후 로즈 장학금Rhodes Scholarship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했다. 제임스 조이스에 관한 그의 논문이 옥스퍼드 역사상 최초로 통과되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하버드대학에서 에즈라 파운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해버퍼드대학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가 곧바로 켄터키대학에 정착해 1990천재들이 받는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MacArthur Fellowship을 받고 은퇴할 때까지 30년 넘게 영문학을 가르쳤다. 모더니스트 스타일의 단편소설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에세이, , 번역, 비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작품 활동을 했다. 타틀린!Tatlin!(1974), 다빈치의 자전거Da Vinci’s Bicycle(1979), 상상력의 지리학The Geography of the Imagination(1981), 모든 기운은 형태를 낳는다Every Force Evolves a Form(1987), 피카소의 죽음The Death of Picasso(2005) 등 평생 5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존 업다이크, 코맥 매카시, 휴 케너 등 2천 명 이상의 문화계 인사들과 서신을 교환했으며,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대가로 알려진 휴 케너와 44년 동안 주고받은 1천 편에 육박하는 서신은 질문하는 사람들Questioning Minds(2018)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도 했다. 생전 동료 작가들로부터 최고의 문장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편집자이기도 하다.

 

목차

 

들어가며

옮긴이의 글

매우 사적인 역자 노트: 정물을 둘러싼 즐거운 책 읽기

 

1 여름 과일 광주리

2 운명의 두상

3 사과와 배

4 토리노의 형이상학적 빛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