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곽기용
필자가 매우 선호하는 것으로 어떤 일에 대해 명확한 방법과 지침을 가지고 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맨땅에 해딩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달까? 그러다 보니 필수적으로 뭔가에 대해 꼬치꼬치 자세히 물어보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여러 사정상 한 번에 정리해 자세히 묻지는 못해도 결국 그냥 넘어가지는 못하는 호기심이 많은 인간 그것이 필자다.
호기심만 많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재주는 없는 필자는 전형적인 “문과형”이라 할 만하다. 반대로 “이과형”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어떨까? 기승전결에 맞게 자신의 호기심을 풀어낼 줄 안다. 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위대한 과학자가 되었을까? 궁금증에 서가에서 뽑아들게 된 책이 리처드 도킨스 외 수많은 과학자들이 쓴 <큐리어스>다.
책은 작중에 등장하는 26명의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을 조망하면서 시작한다. 말이 어린 시절이지 대학교 시절을 이야기한 과학자도 있지만 이들 모두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 다른 환경과 부모 곁에서 성장했기에 과학자들은 제각각의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고 이를 본인이 진솔하게 풀어내는데 과학자로써의 저자 중 하나보다 인간으로써의 누군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라고 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목가적인 생활을 누리며 어린 시절을 동물과 새에 파묻혀 지냈지만 생물학자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나중에 동물학자가 되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은 휴 로프팅이 쓴 어린이책 <두리틀 박사의 이야기> 였다고 한다.
“특히 내가 결국 동물학자가 되도록 인격 형성기에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이 어린이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었고 후속편들도 모조리 독파했다. 두리틀 박사는 과학자이자 세계 최고의 자연학자이자 무한한 호기심을 지닌 사색가였다. 롤 모델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오래전에 이미 그는 나를 자각시킨 롤 모델이었다.” (p.15)
두 번째 매력은 모든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조금씩이나마 보여주는 본인들을 대하는 부모의 바람직한 태도를 들 수 있다. 한국은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니랴, 학원 뺑뺑이를 돌랴 수많은 활동을 접하지만 정작 부모들도 퇴근 때까지 아이들을 둘 곳이 없어서 다니게 하는 경우가 많고,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엄마가 시켜서요” “아빠가 시켜서요” 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권과 한국을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작중 과학자들은 모두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선택권을 줬으며 그들의 호기심을 함께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선택이 무엇이든 믿고 지지해 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아이에게 과학자의 삶을 선택하도록 한 것일까? 그것은 자유였다. 내 부모님은 내게 결코 어떤 분야의 직업을 가지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내게 그런 자유를 준 부모님께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것이다. 나는 부모님에게 회의주의와 역사적 및 자연적인 것들에 관한 취향과 호기심을 물려받았다. 그 아이가, 산 속에서 자랄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오로지 내 부모님이 젊었고, 더 흥미로운 삶을 추구하는 모험을 기꺼이 감행한 덕분이었다. 나는 두 분의 삶에 슬쩍 편승하는 특권을 누린 승객이자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아이였다.” (p.328)
과학자들이 과학에 발을 들여놓은 어린 시절을 지나 성장기, 희로애락을 겪는 부분도 책 속에서 조심스레 풀려나온다. 누군가는 충격의 영향으로, 누군가는 책의 영향으로, 누군가는 가업이라서, 또는 그저 아무 이유도 없이 좋아서..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조금씩 독자들 앞에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다.
수많은 경험은 한 아이가 미래를 결정하게 하고 책임지는 어른으로 만들어 간다. 하지만 본인이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선택해 골라잡은 것과 부모님의 결정 아래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취사선택한 아이가 있다면 적어도 유연성 면에서는 자유롭게 선택한 아이가 훨씬 앞서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스스로 선택했고 영향받았다. 그리고 위대한 과학자가 되었다. 결국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기다려 주면 되는데 현실이 아쉽기만 하달까.. 현재 부모들 중 많은 이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낼 수 있을까? 인 것 같아서다. 5세 의대 대비반 등 비정상적인 혹사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아이들에게 한 번 물어보자. 00 하고 싶어? 라고! 급한 마음을 잠시 누르고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 보자 최소한의 기준만 정해 준다면 의사 이야기를 보고 의사를 롤 모델 삼아 의대에 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뭐든 일단 좋아해야 잘 되니 말이다.
호기심 가득한 천방지축 아이들을 둔 학부모, 과학자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권한다. 호기심 많은 어린 과학자들을 만나며 그들이 과학에 풍덩 빠지는 순간을 느껴 볼 수 있다. 또한 과학자들의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며 육아에 대한 자그마한 이정표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저자: 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 〈프로스펙트〉가 전 세계 100여 개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뽑혔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옥스퍼드대학교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를 지냈고, 이후 뉴칼리지의 펠로로 있다. 왕립학회와 왕립문학원의 회원이다. ‘이성과 과학을 위한 리처드 도킨스 재단’을 만들어 대중의 과학적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도 헌신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물고기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도킨스가 진화과학의 대중적 이해에 공헌한 바를 기려 새로운 어류 속명을 ‘도킨시아’라고 짓기도 했다.
1976년 첫 책 《이기적 유전자》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만들어진 신》(2006)으로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몰고 왔다. 그 외에도 《확장된 표현형》(1982), 《눈먼 시계공》(1986), 《에덴의 강》(1995),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1996), 《무지개를 풀며》(1998), 《악마의 사도》(2003), 《조상 이야기》(2004), 《지상 최대의 쇼》(2009),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2011), 《영혼이 숨 쉬는 과학》(2017), 《신, 만들어진 위험》(2019)과 두 권의 자서전 등을 펴냈다.
왕립문학원상, 왕립학회 마이클 패러데이 상, 인간과학에서의 업적에 수여하는 국제 코스모스 상, 키슬러 상, 셰익스피어 상, 과학에 대한 저술에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 영국 갤럭시 도서상 올해의 작가상, 데슈너 상,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니렌버그 상 등 수많은 상과 명예학위를 받았다.
데이비드 M. 버스 (David M. Buss)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후, 현재 강의 중인 텍사스대학교(오스틴)의 교수직을 수락하였다. 미국 심리학회(APA) Distinguished Scientific Award for Early Career Contribution to Personality Psychology, APA G. Stanley Hall Award, APA Distinguished Scientist Lecturer Award를 받았다. 저서 The Evolution of Desire: Strategies of Human Mating(Revised Edition)(Basic Books, 2016)은 1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5th ed.)(Allyn & Bacon, 2015)는 Robert W. Hamilton Book Award를 받았다. The Dangerous Passion: Why Jealousy Is as Necessary as Love and Sex(Free Press, 2000)는 13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 외 The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Wiley, 2005, 2016)도 있다. 300개 이상의 과학 출판물을 저술하였으며, 뉴욕타임스와 The Times Higher Education Supplement에 기고하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심리학자로 ISI 리스트에 올라 있고, 현시대의 가장 저명한 심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언급되고 있다. 또한 가장 영향력 있는 30명의 살아 있는 심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 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는 글 • 그들은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 존 브록만
닥터 두리틀과 다윈 - 리처드 도킨스
짝짓기와 진화심리학 - 데이비드 버스
숫자들 속에서 평안을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 책을 믿지 마라 - 스티븐 핑커
생각의 주인이자 하인 - 레이 커즈와일
마운틴고릴라와 나 - 로버트 새폴스키
아이 때가 아니라, 아이처럼 느꼈을 때 - 대니얼 데닛
뇌 속의 총알 - 조지프 르두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생명체 - 린 마굴리스
가상 현실 속 모험이 현실이 되다 - 재런 러니어
마법사의 제자 - 니컬러스 험프리
벌레를 닮은 로봇 - 로드니 브룩스
우리 가족만의 나라 - 앨리슨 고프닉
아버지와 아인슈타인 - 머리 겔만
우주가 나를 부른다 - 폴 데이비스
패턴과 참여 관찰자 -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온종일 TV를 보던 아이 - 재너 레빈
현실 세계 속의 수학 - 스티븐 스트로가츠
사회과학자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 하워드 가드너
탄광촌의 물리학자 - J. 도인 파머
과학은 자연과의 연애다 -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사물들이 들려준 이야기 - 셰리 터클
드디어 진입했군 - 프리먼 다이슨
산골 소년, 선행 인류를 발견하다 - 팀 화이트
신비로운 여인 - 리 스몰린
나를 나이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 - 주디스 리치 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