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지현

당신도 잘 알겠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과학과 각 분야 간에 존재하는 자연에 대한 이해의 간극에 관한 것이다. -p.98-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100가지 정도 되는 원자들로 조합돼 만들어졌다. 우리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도,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들도, 그 책들을 보관하는 서가도 모두 원자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즉, 세상의 모든 사물을 원자로 환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눈에 띄게 보인다. 바로 ‘간극’과 ‘환원’이다. 두 단어 모두 국어사전에 등재된 의미를 보면, 간극이란 '사물 사이의 틈'을, 환원이란 '본디의 상태로 다시 돌아감'을 의미한다. 두 단어로 이 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 책은 각 분야를 물리학으로 설명함으로써 물리학과 다른 분야 간의 틈을 메꾸기 위한 저자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화학과 생물학, 자연과학 등 과학 분야의 학문부터 경제학, 사회생물학 등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학문까지 폭을 넓혀 왜 물리학이 각 분야에 관련되어 있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큰 육지 동물은 코끼리다. 그리고 이 코끼리의 덩치가 큰 이유는 (생물학의) 유전자가 아닌 중력과 연관되어 있다. 생물체의 몸집이 커지면 당연히 몸무게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뼈에 가하는 압력 또한 증가한다. 즉, 중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몸집이 무한정 커지면 다리가 무게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 아래 있는 모든 생명이 위쪽으로 성장하려는 크기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양자물리학의 미세한 원자(마이크로)와 중력이 지배하는 우주(매크로)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여러 과학자들의 노력과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며, 이 간극을 좁힘으로써 우리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로 귀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친다. 물리학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이 책을 읽고 나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양자물리학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가 왜 '50대 50의 확률이 중첩하는 양자의 세계'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양자역학은 무작위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상자 안에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는 측정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두 개 이상의 양자가 합쳐진 '양자 중첩'의 상태로 측정하기 전에는 생사의 결과가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며, 양자역학은 확률을 예측할 뿐이다. 이 예측들이 쌓여 묻혀있던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 우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때때로 과학자들은 낭만적이지 않고, 사실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열정이 세상에서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앗아 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닌가? -p.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