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모두 보기

주메뉴

개의 설계사
개의 설계사
  • 저자 : 단요 지음
  • 출판사 : 아작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330p
  • 청구기호 : 813.708-ㄷ48ㄱ
  • ISBN : 9791166687372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작가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요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온 지는 2년 정도지만 글을 읽고 나면 작가가 이미 오래전부터 글을 써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글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작가의 방식이 탄탄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단시간에 쌓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이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줄거리와 SF소설이라는 장르만 놓고 독서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드러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주인공과 우연히 주인공을 찾아오게 된 슈퍼스타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주인공은 스타에게 로봇 개의 인공지능을 설계해 준다. 이후 주인공을 감정적으로 학대하는 동생과 스타의 전 애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등장한다. 스타의 전 애인 죽음에는 주인공이 설계한 로봇 개가 얽혀있고, 슈퍼스타와 전 애인의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내용이 줄거리다. 인공지능이라는 다소 흔한 소재와 자극적으로 보이는 줄거리는 신선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짤막한 줄거리만으로는 작품이 주는 철학과 여운을 느낄 수 없다. 나는 작가가 본 책으로 문윤성SF문학상을 수상한 인터뷰에서 밝힌 말을 공유하고 싶다. 다음 말이 이 작품에 본질을 일부 드러내는 작가의 말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동기가 있습니다만, 결국엔 소설을 통해 감정과 애정의 본질적인 징그러움이 윤리와 어떻게 뒤엉키는지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방점의 상당 부분이 윤리에 찍혀 있기 때문에, 소설의 테마는 감정의 윤리, 영원한 타자의 윤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단요, 3회 문윤성SF문학상 수상 인터뷰 중에서

 

우리가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만족감, 먹먹함, 답답함, 설렘은 모두 글을 통해 무언가를 상상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기쁨과 희망만 주는 것이 아니라, 겪어보지 않은 일을 통해 고민하고, 슬퍼할 수 있게도 만든다. 그것이 우리가 소설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멀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실용적 측면뿐 아니라,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담론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또한 이야기(소설)라는 형식으로 풀어내어 독자로서 글을 읽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는 점에서 책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작품의 전반적인 색채가 어둡다는 점과 주인공이 생각하고 말하는 부분이 다소 사변적이라고 느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부분이 책의 매력과 장점을 가릴 만큼 크지는 않다. 한편, 특이하게도 보통 짧게 적는 작가의 말도보시오라는 이름의 90쪽가량 에세이로 적혀 있다. 작품과 연관되어 있으며, 작가의 의중을 보다 자세히 들어볼 수 있다. 물론 꼭 읽지 않아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에 관해 더 알아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읽었지만, 한 명의 독자 입장이라면 더욱더 많은 상상을 위해 읽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느 날은 분명히 다가올 미래 시대에 관해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고, 걱정하던 것들에 대하여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책 개의 설계사를 통해 여러분만의 감상을 즐겨보길 바란다. 작품 속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나타내는 짧은 대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내 마음속에는 끝나지 않는 채점표가 있다. 도덕적이었는지, 부도덕했는지. 이타적이었는지, 이기적이었는지. 온화했는지, 성급했는지. 공손했는지, 무례했는지. 상대를 만족시켰는지, 실망시켰는지····. 총점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려는 노력은 나를 그럭저럭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고, 남을 해치지 않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 노력을 선택한 것이 바로 내 진심이다. 나는 이 진심이 다른 이들의 진심만큼이나 값지길 바란다.” -p.22

 

저자 소개 (저자: 단요)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강원도에 살고 있다고 한다. 장편소설 <다이브><마녀가 되는 주문>, <인버스>,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를 썼다. 2023문윤성SF문학상박지리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목차

 

Intro 9

 

01 _15

02 소녀 _61

03 개와 소녀 _173

04 소녀의 개 _221

 

도보시오 241

a. 인공지능의 의식과 사회에 대하여 _244

b. 대규모 언어 모델의 실수에 대하여 _270

c. 윤리와 타산과 인식에 대하여 _296

d. 존재하지 않았던 정신에 대하여 _311

e. 이스터에그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하여 _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