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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괴물을 훔쳐 보는가
우리는 왜 괴물을 훔쳐 보는가
  • 저자 : 오현주 지음
  • 출판사 : 책과나무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295p
  • 청구기호 : 688.0911-ㅇ471ㅇ
  • ISBN : 9791167523457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승민

 

잠재되어 있는 악의가 이길 때, 사람은 사람이 아니게 된다.’ 일본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악의>에는 그런 말이 나온다. 그 말은 누구나 가슴 속에는 순수한 악의가 존재하고 있으나 평상시에는 도덕이나 법 같은 외부적 혹은 양심 같은 내부적 요인에 의해 억눌려 있지만 어느 순간 표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가장 오래된 논쟁 중 하나인 성선설성악설을 떠올리게도 만들기도 한다. 끊임없이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선한 마음과 악한 본성을 어떻게 조절해 나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성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악행을 목격했을 때 사람들은 그 존재를 괴물이라 부르며 같은 인간이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임을 명확하게 분리시키려 한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범죄자 같은 새로운 호칭으로 부르며 그들이 평범한 자신들과 똑같은 인간임을 거부하는 마음 같기도 하다.

끊임없는 선과 악의 본성에 대한 관심, 악의 실체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궁금증, 누구나 가슴 속에 그런 생각이 있다. 그리고 그 심리를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엮어 건드리는 작품이 바로 괴물이 등장하는 수많은 한국 영화였다. 특히나 한국 영화는 외국과 달리 다양한 모습의 괴물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외국의 경우 전형적인 그 문화권에서 전해 내려오는 귀신이나 괴물에 대한 이야기 혹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마를 시각적 자극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 영화 속 괴물들은 분명한 이유와 배경을 갖고 있다는 특이점을 갖고 있다. 일례로 <괴물>같은 작품 안에는 환경 파괴와 도시화를 상징하는 한강이라는 곳에 인간 때문에 생겨난 돌연변이가 괴물로 등장한다. 한창 뉴스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사건이 보도되어 국민적 불안도가 높아졌던 시기에는 <추격자>, <암수살인> 같은 가상의 연쇄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1960년대부터 이어진 한국 영화 속 괴물들의 모습은 그 시대에 한국사회에 어떤 것이 으로 인식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1960~1990년대까지만 해도 악은 선한 마음으로 처단한다.‘는 전형적인 구도의 교훈을 주는 결말로 끝나는 공식을 따랐으나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작품들은 특별한 해결법이나 통쾌한 결말 없이 악행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을 맺는 작품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악행을 볼 때 느끼는 쾌감 자체만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작품까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세상과 현실적 불안함 속에 이전의 선악 구도에서 벗어난 의외성을 원하는 많은 관객들의 의도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일 수도, 혹은 꼭 선함이 악함을 이기지는 않는다는 현실성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분명 괴물 같은 존재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고, 누구나 저런 괴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관객은 자기 내면에도 저런 괴물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람과 동시에 그런 내면을 간파해 낸 감독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마저 하나의 표현 도구이자 무언가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그것은 점점 더 새로운 접근과 관점을 시도하는 일이 많아지는 한국 영화가 가진 독창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분명, 악은 모두의 내면에 내제된 공통의 일면이기에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오히려 왜 우리가 선함을 지켜나가야 하는지 이유를 자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내가 보았던 수많은 작품 속 괴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저자 소개 (저자: 오현주)

 

세계 명작 동화로 시작한 어린 날의 독서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그들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는 흥미로운 깨우침에 기호학을 공부하고 서사가 있는 모든 콘텐츠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서사를 근간으로 하는 의미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라는 무궁무진한 밑거름 위에서 성장한 콘텐츠, K-pop, 영화, 드라마, 게임까지 그 안에는 문학이라는 기름진 자양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위한 화자의 말하기 방식, 서사 구조, 이미지를 형성하는 문화의 저변 등 앞으로 활짝 열려 있는 문화 콘텐츠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합니다.

 

목차

 

머리말

 

1부 내 안의 괴물, 우리 밖의 괴물

1 영화 속 괴물 들여다보기

2 다양한 사회 안의 괴물 이미지

3 영화 서사 속의 괴물

 

2부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

1 ‘괴물의 어원

2 괴물, 그 존재 의미

3 괴물을 보는 다양한 시선

 

3부 영화 속 괴물의 양상

1 영화 속 괴물의 여러 모습

2 괴물 영화와 공포

3 영화 속 괴물의 서사적 기능

 

4부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변화

1 한국 괴물 영화의 전개 과정

2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3 2000년 이후 영화 속 괴물의 변화

 

52000년 이후 한국 영화 속 괴물의 의미

1 2000년 이후 한국의 괴물 영화

2 2000년 이후 영화 속 괴물 이미지

 

6부 영화 속 괴물 이미지와 이데올로기

1 영화 속 괴물 이미지의 특징

2 괴물의 사회문화적 의미

 

7부 괴물 그리고 우리

1 영화 속 괴물과의 만남

2 우리가 괴물을 훔쳐보는 이유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