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판타지와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저는 좋아한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도 좋아하고요, <해리포터 시리즈>도 마찬가지로요. 여러분은 저와 같나요? 그렇다면, 저는 최근 우리나라 작가들이 전통을 곁들여 풀어내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지난 8월 중곡도서관에서 진행한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의 작가와의 만남 이후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동양 판타지’ 한국화 그림의 배경이 펼쳐지며, 국악이 들려올 것만 같은 신비로운 단어. 이런 관심사를 가지고 찾게 된 책이 바로 <백호 소녀 은가비>였습니다.
‘우리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풀어낸 새로운 여성 영웅 판타지 동화’ 수식어가 다소 거창해 보여도, 읽고 나면 정말 딱 들어맞는 책이구나 싶답니다. 동양의 사방신(四方神 또는 四神) 중 백호가 나오는 이 이야기는 백호 부족의 안전을 위해 흑룡을 봉인하고자 떠나는 두 소녀 은가비와 해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모종의 이유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백호 부족이 키운 두 소녀 은가비와 해랑은 일반 소녀와 전사로 각자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영웅서사가 그러하듯! 부족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두 소녀는 흑룡을 봉인코자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백호 부족과 흑룡에 얽힌 이야기의 진실도 알게 되고, 감초 역할을 ‘말하는 해골’과 애틋한 사이드 스토리 ‘삼두구미’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너무 다 얘기하면, 읽는 재미가 사라지니 스포일러는 ‘쉿’ 하기로 하고요.
온전히 은가비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내가 결정한 삶.’
마침내 은가비가 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이 한 구절, 이 한 장면을 위해 이 책을 읽어도 좋았다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공유합니다. 책의 처음에 나오는 은가비는 정말로 평범한 소녀입니다. 하지만 책의 끝에서는 백호 부족 나아가 인간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소녀가 되지요. 우리 모두 은가비일지도 몰라요. 평범한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자기 스스로의 운명을 짊어졌다는 점에서요. ‘내가 결정한 삶.’ 그 삶을 위해 활시위를 당길 여러분의 순간을 기다리고, 응원할게요.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2024년 10월
글 : 이현아
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뒤 아동문학교육을 공부했습니다. 호랑이, 용, 요괴, 도깨비와 싸우는 걸 좋아합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재미있는 글을 쓸 테니까요.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달떡 연구소》로 제1회 보리출판사 <개똥이네 놀이터> 창작동화 공모전에 당선되었습니다. 《똥깨비 도니》와 《또 비밀이야?》도 썼습니다. 항상 글과 씨름하며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림 : 오승민
순례 씨가 걸었던 길을 그리는 동안 레온 브리지스(Leon Bridges)의 「리버(River)」,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두 곡이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꼭꼭 숨어라』로 2004년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아깨비의 노래』로 2009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별 볼 일 없는 4학년』 『따로 또 삼총사』 『동화 없는 동화책』 『구름송이 토끼야, 놀자!』 『축구왕 이채연』 『연동동의 비밀』 『루호』 등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고, 지은 책으로 『오늘은 돈가스 카레라이스』 『붉은신』 『점옥이』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가 있다.
프롤로그 ....... 9
1. 백호 부족 마을 ....... 12
2. 선택받은 소녀 ....... 23
3. 긴 여정의 시작 ....... 37
4. 길잡이 은여우 ....... 51
5. 황금 구렁이 ....... 62
6. 말하는 해골 ....... 81
7. 안개 괴물 ....... 97
8. 지하 세계 삼두구미 ....... 113
9. 삼두구미 이야기 ....... 129
10. 얼룩진 웃음 ....... 144
11. 변화의 시작 ....... 161
12. 요동치는 붉은 강물 ....... 171
13. 흑룡과 백호 ....... 182
14. 새로운 시작 .......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