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얼마 전 파리 올림픽이 있었다. 성대하게 열린 개막식과 폐막식을 보면서 탄성을 내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뇌리를 스친 생각이, 이런 식을 왜 하는 거지? 이렇게 큰 자원과 시간을 들여가며 할 일인가? 라는 생각이다. 다소 차가운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의례라는 게 항상 그렇듯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의 지능이 높아질수록, 문명이 발달할수록 실질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의례는 줄어들거나 사장되어야 하는데 더욱이 성행하는 경향이 보인다. 왜 그런 것일까? 이는 오히려 우리의 높아진 지능이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육체적, 물질적 자극 없이도 정신적인 각성만으로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한 유명한 운동선수의 일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시합 날에는 꼭 같은 양말을 신는 등의 개인적인 의례가 있는 선수가 있다. 선수는 이 행동이 ‘내 주변과 내가 생각하는 질서를 일치’시키는 행동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질서(승리)가 현실로 되게끔 도움을 준다고 한다. 예측 가능성은 일상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제공하고 통제감은 우리에게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을 준다. 이렇듯 우리는 의례에 의미 부여를 하여 자신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치게 한다.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되는 불 건너기(숯불 위를 맨발바닥으로 건너는 등) 의례는 의례 행사자, 의례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 그때만큼은 동일한 심장박동 수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러한 행위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 것만으로도 하나의 끈으로 이어지는 게 느껴진다. 집단은 그렇게 동조를 경험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의례에 관한 연구가 가득하다. 결혼식 의례에 관한 과학적 사실이라든지, 확률에 죽고 사는 도박사가 의례에 목을 맨다든지, 피지컬로만 승부를 보는 줄 알았던 운동선수가 되려 의례에 더 신경을 쓴다든지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특히, 작가가 ‘실험인류학자’인 점에서 책의 내용에 신뢰가 간다. 단어 그대로 직접 현장으로 출동해 의례를 지켜보고, 참여하고, 수백 명을 인터뷰하며 연구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분하다.
의례에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인과관계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 ‘효과’는 존재한다. 그러한 점에서 의례는 알아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의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저자 소개 (저자: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인류학 및 심리학과 조교수, 실험인류학연구소 소장. 의식, 음악, 스포츠 등 인간 본성의 독특한 면을 드러내는 문화적 관행을 실험실과 현장에서 연구하는 인류학자이자 인지과학자다.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영국 퀸스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남부 유럽과 아프리카 모리셔스공화국에서 현장 조사를 수행했다. 전임 교수가 되기 전 번역가, 작가로 활동했으며 국내에는 EBS 다큐멘터리 「뇌로 보는 인간: 종교 편」에 처음 얼굴을 비췄다.
♣ 목차
1장 의례에는 이유가 없다
2장 인간은 의례적인 종이다
3장 무질서 속의 질서
4장 인간 사회의 접착제
5장 군중이 열광할 때
6장 초강력 접착제의 탄생
7장 희생에서 얻는 것
8장 건강하고 행복한 의례
9장 의례의 힘 이용하기
감사의 글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