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모두 보기

주메뉴

세계사를 뒤흔든 5가지 생체실험
세계사를 뒤흔든 5가지 생체실험
  • 저자 : 김서형 지음
  • 출판사 : 믹스커피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48p
  • 청구기호 : 909-ㄱ767ㅅ
  • ISBN : 9791170435532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역사는 들여다보면 주제에 따라 문학사, 미술사, 과학사 등 나누고자 한다면 TV 케이블 채널보다 더 다양하게 나눠 볼 수 있다. 거기다 긴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살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꼭 읽어야 할', '알아두면 좋은', '4, 5'라는 수식어가 붙은 역사서가 자주 눈에 띈다. 편의점에서 눈에 띄는 물건을 고르듯 개인의 취향에 따라(미술, 전쟁, 사랑) 포장된 역사서를 골라 보는 것이다. 깊이와 중요성을 떠나 방대한 역사의 조각 가운데 하나를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책의 장점이지 싶다. 소개할 '세계사를 뒤흔든 5가지 생체실험' 또한 마찬가지다.

 

꼭 읽어야 할 책인가? 그렇진 않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인가? 그 정도는 아니다. 어떻게 그런 책들만 읽을 수 있겠나. 역사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의 영역을 주말 아침이면 큰 고민 없이 틀던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보듯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역사책이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책에서 다루는 역사 속 '생체실험'은 당연히도 생명의 무게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끔찍하기도, 놀랍기도 한 생체실험의 배경에는 우리가 익히 알거나 어렴풋이 아는 인류사의 주요 사건과 배경이 함께한다.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하는 의사의 업무와 처방된 약물을 제공하는 약사의 업무를 독립하는 제도인 '의약분업'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도에 시행되었다. 이러한 의사와 약사의 분업을 최초로 규정한 역사는 1240년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의약법이라고 한다. 또 지금은 당연한 상식인 피는 순환한다는 개념은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등장했다. 어떤 지식은 예상보다 빠르고, 어떤 지식은 생각보다 느리게 알려졌다. 그런데 이러한 의학 지식의 발전이나 역사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생체실험이 있었다. 죽은 사람,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생체실험이 이뤄졌다.

 

시신 판매가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헤어와 버크는 본격적으로 시신 도굴을 시작했다. 이들은 병든 하숙생을 살해한 다음, 그 시신을 녹스에게 판매했다. 이후 하숙생뿐만 아니라 거지, 노숙자, 매춘부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살인을 했다. ··· 영어 ‘burke’라는 단어는 목 졸라 죽이다또는 남몰래 제거하다라는 의미다. 곧 이 말은 버크의 살인사건에서 유래한 것이다.” -p.64

 

인체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이뤄진 의학 발전은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윤리적 사고가 얼마큼 이뤄졌는지다. 일반적으로 고대나 중세 시대 보다 발전된 근현대 문명이 더 윤리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최근까지 인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참혹한 생체실험을 곳곳에서 벌였다. 책에 등장하는 나치의 생체실험, 우리 민족이 겪은 일본 731부대의 만행,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여러 생체실험이 그러하다. 각각의 사건 모두 인류사에 또렷이 기록되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일들이기에 우리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근현대에 일어난 사건들 가운데 한 가지를 살펴보자면, 미국의 우생학 이야기가 있다. 나치나 일본 731부대 등은 이전부터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미국의 우생학에 관한 일화는 몇 년 전 읽은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서도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데, 유사과학이라 할 수 있는 우생학을 당시 미국 많은 사람들과 정부가 믿었다는 점에서 참극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버지니아에서 제정된 단종법(Sterilization Law)에 따라 캐리는 나팔관 절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단종법이란 유전성 장애를 가진 사람의 생식 능력을 없애는 법이다. 수용시설에서는 그녀의 강제불임 시술의 당위성을 위해 이 사건을 소송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당시 연방대법원의 판사 올리버 홈즈는 ‘3대에 걸쳐 저능아 출산의 가능성이 있다면 다수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불임시술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6개월 후 캐리는 강제불임 시술을 받았다.” -p.132~133

 

처음 소개한 내용처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를 훑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잘 포장되어 나온 상품 같기도 하다. 역사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것은 물론 자연스레 다른 독서로 물꼬를 터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 가운데 하나라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면 해당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룬 책으로 독서를 옮겨보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저자 소개 (저자: 김서형)

 

작가는 인하대학교 연구원이자 이화여자대학교 연구교수, 국제빅히스토리학회 임원을 지냈다. 현재는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로 활동 중이다. 여러 기관 및 단체에서 활발하게 강연을 진행했으며, 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 <이슈 Pick, 쌤과 함께>, MBC라디오 <타박타박 역사기행>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저서로는 미국사를 뒤흔든 5대 전염병」 「6가지 백신이 세계사를 바꾸었다」 「처음 하는 역사학 공부」 「빅히스토리: 인류역사의 기원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PART 1 생체실험으로부터 발전한 고대 의학

PART 2 호기심과 잔혹함의 경계, 프리드리히 2세의 생체실험

PART 3 나치가 자행한 생체실험의 끔찍한 전말

PART 4 생체실험과 의학 발전을 결부시킨 731부대의 만행

PART 5 백인 우월주의가 낳은 터스키기 생체실험의 비극

나오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