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현정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글자를 보는 것, 이해하는 것, 외우는 것 중에서 보통은 글을 보고 이해되었다고 판단할 때 “읽었다.”라고 말할 것이다. 필자는 지적 허세가 있어서 속독한다는 것에 대한 자만심이 있었다. 어디선가 본대로 책을 대각선 방향으로 빠르게 읽은 후에 “다 읽었다.”라고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도 내용은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아 금방 까먹었고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하지 못해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한번 본 책은 다 기억하기 때문에 두 번 읽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 사람은 한 책을 읽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정독을 했었다. 그렇다면 필자의 ‘읽기’는 과연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독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경학적 조건이 활자를 이해하는 능력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가장 처음 소개하는 읽기 질환은 국내외로 가장 널리 알려진 ‘난독증’이다. 그리고 ‘사진기억’, ‘표면읽기’, ‘과독증’, ‘실독증’ 등 낯선 읽기 질환들을 가졌던 인물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읽기라는 용어를 정의하는 어려움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질환들을 통해 ‘읽는다는 것’의 의미와 ‘읽을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전형적인 독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가 있을 뿐이다. - p. 342
저자는 친절하게도 책을 통해 소개한 신경다양적 독자들의 사례 또한 읽기 방법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을 알려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필자가 과거 해왔던 속독은 ‘가짜 읽기’라고 스스로 생각했으나 이 책을 통해 ‘읽기’란 ‘올바른’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신경생리학적 과정임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책에서는 어릴 적 읽기를 배운 뒤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읽기의 매커니즘을 살펴봄으로써 읽기 과정이 사실 한순간에 잘못될 수 있는 복잡한 신경학적 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자신의 읽기 습관이 완전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도 같은 생각을 해왔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어도 좋다. - p. 343
♣ 저자 소개 (저자: 매슈 루버리)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런던의 퀸메리대학교 영문학과에서 현대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The Novelty of Newspapers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 목차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우리는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마음이 망가진 독자들
뇌손상과 읽기장벽
‘올바른 읽기’가 있다는 착각
우리는 아직 읽기를 모른다
1장. 문해력 신화 속 지워진 아이들
: 난독증 독자에게 타인은 지옥이다
왜 그 아이들은 읽지 못하는가
학교가 남긴 트라우마
움직이는 글자, 산만한 마음
시각 스트레스와 색을 통해 읽기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2장. 한 살에 책을 펼친 아이
: 자폐증이 드러내는 읽기와 감각의 관계
서번트증후군 독자를 둘러싼 오해
기억 신동들
“읽기는 읽었다, 이해는 못했지만”
사진기억, 표면 읽기, 과독증
책 읽는 즐거움
3장. 하루아침에 읽을 수 없게 된다면
: 실독증과 ‘읽는 존재’로서의 인간
사라진 읽기능력을 추적하다
읽는 척하기
최초의 실독증 연구
실독증을 극복하려는 노력
“나는 계속 싸울 것이다”
읽기의 빈자리에서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읽지 않는 시대의 읽기
4장. 모든 글자가 꽃처럼 피어난다면
: 공감각자는 같은 페이지를 다르게 지각한다
역사 속의 공감각
공감각자가 보는 풍경
머릿속에서 폭발하는 무지개
치킨너깃 맛이 나는 글자
읽기의 감각적 아름다움
5장. 영원히 꿈속을 헤매는 사람들
: 환각과 심상의 모호한 경계
모든 독자는 환각을 본다
읽기라는 한낮의 꿈
조현병, 망상, 편집증적 읽기
보이지 않는 글자를 보는 사람들
읽는 삶의 끝에서
6장. 읽기는 어떻게 삶이 되는가
: ‘나’의 바탕이 되는 기억과 서사
너무 많이 기억해도 읽을 수 없다
영원한 현재시제
치매도 무너뜨리지 못한 책의 위안
어둠 속에서 읽기
나는 여전히 독자였다
나가며: 나의 방식으로 읽고, 살고, 나아갈 것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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