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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늙은 아이들
숲속의 늙은 아이들
  • 저자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차은정 옮김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424p
  • 청구기호 : 843.5-ㅇ246ㅅ
  • ISBN : 9788937445927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조하영

 

누구나 한 번쯤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소중함 정도를 떠나서 잃어버린 물건을 떠올리면 마지막으로 물건을 본 위치를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기억의 끈을 잡아당길수록 당장 필요한 정보는 떠올리지 못하더라도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혹은 언뜻 보았던 기억만 뚜렷해져 억울한 감정이 솟는다.

 

잠깐 손을 스쳐 간 물건도 이러한 마음이 드는데, 삶에서 너무나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린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가까운 누군가를 마주 보거나 만질 수 없는, 이미 경험했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사실 스머지*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티그에 대한 것이었다. 넬은 가혹한 서리에, 황무지에, 차가운 달빛 속에 고립된 그녀를 남겨둔 채 그가 먼저 항해를 떠나리라는 걸 이미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p.86

*티그-넬 부부의 죽은 반려묘

 

이 책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작을 모은 단편집으로, 판타지적 요소와 독특한 문체가 특징적이다. 특히 노년기에 들어선 작가가 2019년 삶의 동반자였던 그림 깁슨이 세상을 떠난 후 느꼈을 감정과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소설 속에 담담히 녹아있다. 단편집이지만, 이전 작품 중 도덕적 혼란의 주인공인 티그와 넬이 등장하며 프리퀄(prequel)의 느낌을 주는 독특함이 있다. 작가는 여러 단편의 화자로 등장하는 을 통해 마거릿 애트우드 자신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년을 거쳐 노년에 이른 티그-넬 커플을 통해 사별한 동반자 그림 깁슨과의 판타지적 요소로 가득한 그들의 추억을 보여주기도 한다.

 

뒤로 물러나는 사람이 축소되고 점점 더 작아지다가 멀리서 사라지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뒤로 물러나는 사람은 여전히 똑같다. 그들은 정말로 축소되지 않고, 정말로 가버린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그들을 볼 수 없을 따름이다. p.403

 

일상 속에 스며들어 떼어낼 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캄캄하고 짙은 무한의 우주 속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 발이 닿지 않는 잔잔한 물가에 빠진 사람처럼 상실감과 그리움에 허우적거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의 인물은 슬픔이나 좌절, 그리고 공허함의 감정에 잠식되지 않는다. 다만, 이별과 그리움 사이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한 사람의 인격체가 담담하게 성장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독특한 문체와 더불어 노년의 지혜를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 소개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193911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자랐다. 애트우드의 가족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가을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 이런 생활 속에서 어울릴 친구가 별로 없었던 애트우드에게는 독서가 유일한 놀이였다. 고등학교 진학 후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토론토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스물한 살에 첫 시집 서클 게임을 출간했으며, 이 시집으로 캐나다 총리상을 수상했다. 이후 장편 소설 떠오름으로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시녀 이야기, 고양이 눈, 도둑 신부, 그레이스,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 미친 아담등이 있으며, 2000년 발표한 눈먼 암살자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통해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동시에, 외교, 환경, 인권, 현대 예술,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작품 속에서 폭넓게 다룬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토론토 요크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에서 영문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국제사면위원회, 캐나다 작가협회, 민권운동연합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토론토 예술상, 아서 클라크 상, 미국 PEN 협회 평생 공로상, 독일도서전 평화상, 프란츠 카프카 상 등을 수상했다. 2019시녀 이야기의 후속작 증언들로 두 번째 부커상을 수상했다.

 

목차

 

I 티그와 넬 9

응급처치 11

그을린 두 남자 33

모르트 드 스머지 70

 

II 나의 사악한 어머니 89

나의 사악한 어머니 91

망자 인터뷰 141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165

역겨운 이 178

조개껍데기사() 207

아수라장 220

윤회 또는 영혼의 여행 237

비행(飛行) - 심포지엄 265

 

III 넬과 티그 305

먼지투성이 점심 식사 307

과부들 367

나무 상자 379

숲속의 늙은 아이들 413

 

감사의 말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