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것이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더 신뢰가 가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물건이라면 이전에 써보았을 때 만족감을 줬던 것을, 일이라면 더 수월하게 일을 진행했던 상대를, 책이라면 작가의 전작이 내 마음에 들었을 책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런 좋은 경험이 쌓여 “믿고 쓰는”, “믿고 맡기는”, “믿고 읽는” 수식어가 생기며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더 많은 이의 선택을 받는다. 그렇다면 “믿고 읽는” 책의 처음은 어떨까? <첫 책 만드는 법>은 편집자가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책을 펴내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좋은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 반짝이는 예비 작가를 찾았을 때, ’검증되지 않았으니까‘라든가 ’첫 책은 아무래도 좀...‘이라며 가능성을 차단한 채 뒤돌아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소 인풋을 하거나 새로운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본문 15p).

“서점 안이 아니라 밖에서 새로운 작가를 찾는 사람”이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편집자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작가는 11장에 걸쳐 출판 세상에 소개된 적 없는 콘텐츠나 예비 작가를 발견하고, 출판을 결정하고, 집필 과정을 거쳐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다룬다. 오랜 경력의 편집자인 책의 출간을 축하하는 작가들의 추천사가 인상깊다. <기록하리고 했습니다>의 김신지 작가는 저자를 “책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한달음에 달려가는 출판계 최고의 리트리버”라고 표현하고,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의 장수연 작가는 “책을 쓰는 내내 ‘함께 쓴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 편집자”라고 저자를 소개한다.

SNS와 문화센터에서 작가를 발굴하여 그를 독려하고, 실패에 하지 않게 예방주사를 놓고 책의 출간까지 든든한 러닝메이트 역할을 하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책이 만들어지는데 들어간 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하여 편하게 앉아 차를 마시며 수고롭게 만든 책을 넘기고 있는 지금, 고마움이라는 감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 장이 무겁게 느껴질 만큼 빼곡하게 짜인 그 문서는 복잡한 전기회로도 같기도, 수학 문제 풀이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기획에서 시작해 집필‧편집‧디자인‧제작‧멀티미디어 제작‧프로모션 행사‧광고와 홍보 등 단계별 할 일과 책임 부서가 쓰여 있었고, 과정과 과정을 잇는 화살표 아래에는 공정마다 기준이 되는 소요 시간, 출간일로부터 역순으로 계산한 일정까지 적혀 있었어요. ‘책 한 권 만드는 게 이렇게 복잡하다고?! 이 일을 다 해야한다고?!’ 진심으로 놀랐습니다(본문 75p).

출판과 편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비단 도서 출판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선택이나 기획을 해야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유익할 책이기에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