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하였다는 것은 세상에 그런 가정이 하나쯤 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라며 자녀계획의 시작을 밝히는 작가의 말은 한강 작가를 연상케 한다. 남편에게 ‘아이에게 여름 수박의 맛, 알려주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듣고 자녀계획이 없던 작가가 아이를 낳았다는 일화처럼, 작가는 자식에게 세상의 좋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낳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결심으로 태어난 아이는 행복한 아이가 된다는 결실을 볼 거로 생각한다.

임산부(妊産婦)는 아기를 잉태한 여성과 아기를 갓 낳은 여성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임산부의 남편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임신과 출산이라는 10개월간의 여정은 엄마 혼자 걸어 나가는 것이 아닌 부부가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길일 텐데, 이상한 일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건 같이 키운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는 건 온전히 여자의 몫이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으로, 어찌 보면 불합리하기까지 하다. 이에 작가는 아이를 위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결국 아이를 품은 아내를 남편이 품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그리고 훗날 태어난 아이를 지켜내는 것이 아빠의 자격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39주 동안 산모에게 직접적으로, 그리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편의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열 달 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된 경험과 TIP 들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될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아내는 물건들을 마련하고 정리하는 내내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집에 올 귀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기분이야.” 나는 “그럼, 귀한 손님이지”라고 대답했다. 자고로 손님이란 멀리서 올수록 반갑고 오래 기다릴수록 애틋한 법이다. 그리고 코코만큼 멀리서, 오랜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온 손님이 우리 인생에

또 있었을 리 없다. P.217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만큼 그의 문체는 매우 따듯하다. 자식은 그 누구보다 멀리서 나를 보러 와준 손님이기에 그 누구보다 소중한 것. 작가이기에 자식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둘이고, 그래서 그 둘의 사랑을 반반씩 받고 자랄 터인데 엄마에 비해 아빠가 쓴 육아 일기라든가 에세이는 흔치 않다. 애정이 부족해서? 아니다. 괜히 무게만 잡는 아버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비 아버지 혹은 자녀를 가지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읽다 보면 '타임머신이 있대도 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라는 발언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