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혜선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가진 토끼들이 작은 고정틀에 갇혀 일렬로 늘어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드레이즈 테스트(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사람의 안구에 미치는 자극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 장면을 찍어놓은 그 사진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수천 번 발린 마스카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토끼의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며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인식이 빠르게 변화했다. 인간의 안녕을 위해 동물을 이용했던 시제품 시험은 이제 ‘옛날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다. 심지어 요즘 소비자들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찾아서 구매하기도 하고, 연구자들도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고 세포모델을 이용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하여 제품을 테스트한다. ‘애완동물’보다는 가족 혹은 동반자의 개념이 포함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말 안에는 많은 책임감이 들어있다.

사랑한다면서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지조차 모른다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는 ‘만일 동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묻고 있다. 또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인류와 동물이 함께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며, 동물 덕분에 인간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과 동물들의 희생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동물 복제, 산업동물, 동물 복지 등 현시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주제들을 다뤘다. 수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가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예시와 함께 현상들을 설명하여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각 챕터의 끝에는 평소에 수의학 분야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만한 것들에 대한 짧은 문답이 있어 생명분야와 수의학쪽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 무생물 등이 지구를 생성하는 유기체이므로

어느 하나가 이상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지구가 아프게 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인구주택총조사에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묻는 항목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인간에게 그저 구경거리 혹은 도구로써 사용되었던 동물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종차별(種差別, speciesm)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