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수많은 디자인을 접하고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소비하며 살아간다. 작게는 볼펜부터 크게는 건축까지 우리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플, 이케아처럼 많은 사랑을 받는 디자인은 끊임없이 출현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디자인 인문서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에서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때때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혼동하기도 하고, 그 일부분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두 개념의 확연한 차이는 궁극적 목적에 있다. 회화, 조각 등의 순수미술은 미적 만족을 위한 활동이지만 디자인의 목적은 실용, 즉 그것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에게 쓸모를 발휘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실용과 편리에 집중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인 안도 타다오와 코코 샤넬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기능에 몰두하는 기능주의와 모더니즘, 디자인에 위트를 가미한 포스트모더니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일본의 젠스타일 등 디자인계의 돌풍을 불러온 다양한 시도들을 살펴본다. 각각의 흐름이 어떤 시대적 요구 속에 등장하고 변화하며 성장했는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평소 디자인에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어느새 아는 만큼 보이게 된다.

서양문명의 한계에서 비롯된 해체주의를 끝으로 저자는 새로운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비움, 여백, 자연과의 조화 등과 같은 동아시아의 미학적 가치에 주목한다. 그동안 현대 디자인의 중심이 되었던 서양의 엄격한 질서에서 벗어나, 불규칙하면서도 유기적인 형태의 조형 경향이 대두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전통과 새로운 디자인 경향을 접목하고 발전시키는 일일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우리의 병산서원을 비교한 대목이다. 바깥에서 볼 땐 잘 모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환기되는 이미지, 그리고 자연을 끌어들여 공간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이 닮았다. 하지만 쉽게 피로해지는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과는 달리 자연물을 자재로 사용하는 우리 건축은 배흘림 기둥처럼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병산서원의 병풍 같은 지붕 뒤로 펼쳐지는 대자연을 보고 있으면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이란 단순히 예쁘고 보기 좋은 디자인을 넘어 보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