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오재식
19세기, 유럽에 등장한 인큐베이터의 등장에 수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기이한 유리 상자 안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떠난 아기가 살아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곧 인간의 몸 밖에서 아기를 길러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선 ‘인큐베이터 아기 쇼’를 여는 등 사람들은 이러한 열풍을 부채질했다. 비록 다 자란 아기를 길러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숙아들의 사망 문제를 넘어 인류가 생명의 영역을 지배하며 미래로 한층 더 나아갔다는 사실에 열광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인류는 임신부터 출생까지 자궁 밖에서 인공자궁을 통해 기르는 미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마침내 인공자궁을 만들어낼 과학적 역량을 목전에 둔 지금,
문제는 더 이상 혁신이 가능한지가 아니라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지 이다.(본문 21p).
그러나 기술의 현실화에 대한 전망이 밝을지라도, 임상시험을 거쳐 충돌하게 되는 윤리적 문제 등의 여러 난관이 남아있고, 우생학적 사고로 인한 비인권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의한 사회문제 사례로, 최근 10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스위스의 ‘안락사 캡슐’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논쟁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안락사 캡슐의 도입’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죽음을 원치 않으나 사회적으로, 혹은 가족이 죽음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안락사를 선택하는 이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자궁 기술의 경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임신한 여성 본인이 원치 않음에도, 인공자궁 기술을 사용하라고 강요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 신기술이나 더 나은 기술로는 불평등이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새로운 혁신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원의 정의롭지 못한 분배이다(본문 146p).
또한 코로나의 사례를 보자면 저소득 국가 사람들이 백신을 한 번 접종하기도 전에 부유한 국가 사람들이 세 번 또는 네 번 접종했듯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사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미숙아의 사망률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은 지역, 나아가 국가 간의 의료 불평등 문제가 격심해짐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비단 소득 차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임에도 임산부, 영아들의 인종차별적인 건강 불평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임신한 흑인 여성들의 사망률이 임신한 백인 여성들의 3~4배에 달하는데, 여러 원인 중 인종차별이 포함되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의 보급이 국가와 인종 간의 미숙아 사망률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우생학적인 사고로 백인을 우선시하는 사회양상이 생기지 않을까? 결국 신기술의 보급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오히려 의료기관 내 차별, 인종차별주의의 사회문제들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셈이다.
앞선 책 내용처럼 저자는 책 「재생산 유토피아」에서 인공자궁이라는 기술의 현실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전망과 연구 결과를 통해 미숙아의 생존율을 높이고 임산부의 출산 과정을 생략하는, 재생산에 의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반응을 소개하기도 하며, 인공자궁 기술의 보급으로 건강 불평등, 인권 등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하게 되는 재생산의 디스토피아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국 인공자궁은 필요한 기술이나, 양날의 칼처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의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그 기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인공자궁의 이용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존중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우생학적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이 스스로 가족의 부양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과학기술의 도입에 앞서 현실적인 문제를 새로운 접근으로 생각 해보고,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해 수반되는 각종 사회적, 윤리적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려보며, 이에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그 미래 모습을 엿본다.
♣ 저자 소개 (저자: 클레어 혼)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Dalhousie University 보건법 연구소Health Law Institute 박사후 연구원이자 법학자이다.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성 및 재생산 건강, 권리 및 기술을 관장하는 법률 및 정책이다. 의료윤리저널Journal of Medical Ethics, 의료법 비평the Medical Law Review, 여성주의 법 연구Feminist Legal Studies 등 다양한 학술지 및 논픽션 간행물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 목차
용어 설명
1장 온실, 화초, 인공자궁
2장 인공 위탁모
3장 멋진 신세계로 향하는 체외발생
4장 어머니 기계
5장 임신중지의 해법
6장 생물학의 폭정
맺는 글 아기를 지니고 다니다
감사의 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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