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혜림
“”우리 나이도 마흔 살이 쉰 살, 예순 살, 늙어 죽을 날도 멀지 않아요!
이젠 그저 죽으라고 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쾌대, 임군홍, 변월룡, 박경란, 신순남, 전화황, 김용준, 이응노, 도미야마 다에코. 이렇게 9명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느냐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책 중간 간간히 보이는 그림도 낯설다. 사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 9명의 화가와 그 작품들은 각각의 이유로 한국에 거의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이쾌대와 임군홍, 김용준은 월북 화가이며, 변월룡, 신순남은 ‘고려인’ 화가이다. 박경란은 독립운동가 박창빈의 딸로 소련의 미술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던 화가였으며, 전화황은 재일조선인이었다. 이응노 화가는 동백림 사건에 연류되었었으며, 도미야마 다에코는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던 일본인 화가였다.
이들은 해방과 전쟁, 독재로 이어지는 한반도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경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저자는 역사 교사로 재직하다 휴직을 하고, 대학원에서 한국근현대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위에 언급된 ‘경계의 화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월북 화가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북한에 직접 방문할 수 없으니, 국내외 아카이브를 뒤지고, 한국에 남겨진 가족들을 만나기도 한다.
책에서는 ‘경계의 화가’들의 작품보다는 상처가 가득한, 그렇지만 우리가 기억해야할 화가 개인과 역사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특히 변월룡 화가가 그린 ‘조류학자 원홍구’의 초상화가 한국으로 넘어와 그의 아들 원병오 교수와 함께 찍힌 사진은 1950년대 역사적 사건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제목처럼 ‘아직은’ 쓸쓸한 그림(혹은 화가들)이 더 이상 쓸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한다.
♣ 저자 소개 (저자: 안민영)
1977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에서 역사교육을, 명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공부했다. 해방 공간과 한국전쟁, 분단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 목차
목차
책을 펴내며
그는 왜 그림을 고쳤을까 - 이쾌대
내 안의 아버지는 사라졌어요 - 임군홍
사람은 가도 우정은 남는 것 - 변월룡
그 시절 반짝거리던 그녀 - 박경란
죽음의 이주 열차 - 신순남
그의 그림을 보면 눈물이 나온다 - 전화황
말할 수 없는 폐허의 기분 - 김용준
이토록 쓸쓸한 자화상 - 이응노
역사 속에 바스러진 이들을 붓으로 새기다 - 도미야마 다에코
추천사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